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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거탑' 인형회사 오로라월드의 비밀

20년간 닦아온 정보수집력으로 세계인 맘 사로잡아
샘플서 상품제작까지 한 인형당 5 대 1 경쟁 뚫어야



완구회사 오로라월드(대표 홍기선)의 해외법인과 총판에 근무중인 임직원들은 1년에 4번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서울 삼성동 오로라월드HQ빌딩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매번 비장한 각오로 회사에 들어설 수 밖에 없다. 회사의 한 임원은 "단순한 실적보고 뿐만 아니라 전세계 문구, 완구에서 패션, 문화 트렌드까지 HQ(헤드쿼터 - 수뇌부)에 보고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로라월드HQ는 전세계 동심을 사로잡을 온갖 정보가 가득차 있는 하나의 '거탑'이다. 팔리기 위한 상품을 만들자는 결심아래 홍 대표가 90년대 초 고유 브랜드를 론칭하고 그 다음 작업으로 바로 시작한 것도 전세계인의 기호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었다. 지역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잘 팔리는 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조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로라월드는 대기업에 비견될 만한 첨단 정보 수집 시스템을 자랑한다. 글로벌 ERP라는 정보 교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전세계에 퍼져있는 R&D센터와 생산, 판매 법인, 총판들이 실시간으로 해당지역의 정보를 보내온다. 보내온 정보는 바로 노트북을 열고 상담자료로 써도될 만큼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된다. 발로 뛰어 얻는 정보도 만만찮다. 매년 임원과 판매직원, 디자이너들이 포함된 전직원이 팀을 나눠 바이어전시회가 시작되는 연초부터 소비자 대상 전시회가 열리는 연중은 물론, 전세계적인 대목인 크리스마스가 낀 연말까지 하루도 쉬지않고 뛰어다닌다.



이렇게 구축된 정보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판매자 회의가 진행된다. 그결과 총 5000종의 샘플이 개발되고 이중 시장성을 인정받은 1000종의 상품이 선정되어 본격생산에 들어가게된다. 인형들이 '제품'으로 살아남으려면 웬만한 대입경쟁율과 같은 5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셈이다.

본사 개발실의 한쪽벽에는 서류봉투로 가득 들어찬 커다란 캐비닛이 보관되어있다. 방수비닐로 만들어진 서류 봉투 하나하나에는 작은 샘플 천조각부터 본 뜨기 자료, 원자재를 가장 싸게 살수 있는 구매 루트까지 인형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게 들었다. 20년간 발로 뛰며 축적해온 아이템 5만개가 이 봉투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다.



오로라월드는 지난해부터 소비자 트렌드를 '환경친화'로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인형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카폭이라는 천연 열대식물을 솜 대신 내장재로 쓴 '내추럴리' 인형은 환경파괴를 최소화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성향을 반영한 제품이다.

캐릭터의 성격도 최근 주력하고 있는 '유후와 친구들'은 모두 멸종위기의 동물을 인형으로 형상화했다. 사하라사막의 멸종위기동물인 '부시베이비'라는 원숭이를 모델로 삼은 '유후'는 세계 여행을 다니며 또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친구들을 사귄다. 한개에 1~2만원하는 유후인형은 연간 500~600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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