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광공업생산 6.8%↑ 소비재판매 5%↑ 경기선행지수 0.5%↑
삼성전자의 주력 수출상품인 LCD TV는 지난 달 미국시장 점유율이 26%에 달해 2위인 일본의 소니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LCD패널 수출도 올 들어 2월까지 27.3%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여 세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월까지 유럽시장에서 LCD TV를 100만대 이상 팔아 50%대의 성장률을 보였고 북미시장에서도 두 달 새 45만대를 팔아 치웠다. 이 때문에 폴란드와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은 사실상 '풀 가동' 상태이며 구미 LCD TV 라인도 1월 이후 100%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던 경제에 미약하나마 온풍이 불고 있다. 세계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들이 선전하면서 추락하던 경제지표들이 급락세가 멈추면서 경기가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 높아져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광공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6.8% 증가했다. 특히 수출기여도가 높은 전자(반도체), 자동차 생산 증가가 눈에 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전달보다 5.3% 포인트 상승했고, 소비재판매도 5%가 늘어나면서 국내 경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무역흑자 46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경기바닥론에 힘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앞으로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수는 0.5% 상승했고, 한국은행이 조사한 3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도 지난 달 대비 14포인트나 올랐다.
지식경제부와 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66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다가올 2/4분기 경기 전망치 BIS(95)는 여전히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으나, 전 분기(61)보다는 상승하여 경기 하락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및 IT 자동차 정밀기기 등은 내수와 수출 모두, 전자 전기기계 등은 수출에서 2ㆍ4분기 전망치가 100을 상회해, 향후 경기 개선을 기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아직 축포를 쏘기엔 이르다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경제전문가들은 '축포를 쏘기엔 조금 이르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 거시경제실장은 "바닥을 지났다고 하기엔 이르다"며 "급속한 경기하락이 완만해지고 있지만 미국경제는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아직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하고 기업의 파산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상반기엔 고전하다가 6월말 이후부터는 바닥을 찍을 것 같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여전히 최악인 상태이며 고용지표 역시 전혀 개선 기믹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을 판단하기 위해선 고용상황이 나아져야 한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공히 우리경제 침체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비롯됐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나아지기 전에는 쉽게 개선되기 힘들다며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기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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