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본수혈, 주주 잠재 위험자산 가중 우려
시중 18개 은행 중 14개 은행이 자본확충펀드를 신청, 결국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았다. 수혈된 자본을 통해 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 및 대출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당국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권고치를 달성하지 못했던 은행들은 이 기준 충족에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게 된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14개 은행이 총 20조원 규모로 정부가 조성하는 은행자본확충펀드에 1차로 12조3000억원을 신청했다.
국민ㆍ우리ㆍ신한은행이 각 2조원, 하나ㆍ기업은행ㆍ농협이 각 1조 5000억원, 외환은행 5000억원, 부산ㆍ대구은행 각 3000억원, 경남은행 2300억원, 수협 2000억원, 광주은행 1700억원, 전북은행 700억원, 제주은행 300억원이다.
이 한도 안에서 은행들은 기업 대출이나 구조조정 용도로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신청해 꺼내 쓴다. 정부 출자를 받는 산업ㆍ수출입은행은 원래 배정 대상에서 제외됐고,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지주사 전환을 준비 중인 SC제일은행은 지주사 설립 전까지 자본 계정에 변수가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한도 배정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이 정부로부터 자본수혈을 받게 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비율에 미달한 은행들은 이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이브리드채를 발행받는 방식을 통해 자본을 수혈받으면 이 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본자본비율 9%에 미달한 곳은 우리, 대구, 농ㆍ수협 등 11곳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받아들게 됨에 따라 BIS비율은 약 1.5%포인트 상향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 BIS비율은 11.67%, 기본자기자본(Tier-1)비율은 7.70%였다. 2조원을 지원받으면 이 비율은 금융감독원 권고기준인 BIS비율 12%대, Tier-1 9%대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은행의 자본 수혈이 주주의 이익을 희석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본자본비율이 9%를 초과하는 은행은 자본의 잉여로 인해 주주가치가 희석되고, 9%를 하회하는 은행은 다소 싼 자본을 조달할 수 있지만 대신에 실물경제와 구조조정 부문에 자금을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는 은행자회사의 자본 확충이 용이해지지만, 그 만큼 주주의 이익은 희석되고, 이에따라 자본확충 펀드의 조성은 경제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에는 기여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잠재 위험자산이 늘어나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자산관리공사 산하에 구조조정기금을 만들기 위해 자산관리공사법 개정안을 이달 중에 마련해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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