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23일 "한국이 IMF 외환위기 당시 수준의 금융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루빈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학술대회인 '글로벌 코리아 2009'에 참석, "1997년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고 등 모든 부문이 불투명했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분명 지금 한국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겪었던 수준의 위기 가능성은 적다"며 "국제 공조를 필요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며 한국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루빈은 "한국의 문제는 쏟아내고 있는 재정과 통화정책이 얼마만큼 과도한 환율하락, 신용경색 등 부작용 없이 위기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느냐다"라며 "물론 어려운 과제이지만 내수 위주의 성장과 유연한 환율정책 등이 국제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한도의 확대 가능성과 관련, "통화스와프 한도를 무제한으로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수준의 결정이다"라며 "오바마 경제팀이 적절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루빈 전 장관은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협의체제로서 가장 효과적인 기구로 G-20를 꼽으며 "기존의 국제적 협의체제는 현재의 국제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아시아권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제기구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 이후 중장기적 경제 전망에 대해 루빈은 "유동성 공급의 축소 등 위기 극복을 위해 취했던 비상 조치들을 정상화 홤으로써 인플레이션과 같은 부작용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며 "파생상품에 대한 자본규제 도입, 회계제도 도입, 회계제도 개선 등 핵심적인 규제 개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전 IMF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 루빈은 "적어도 98년 겪었던 그 정도의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불론 국가공조를 통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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