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관 "법적·제도적 장치.. 투입땐 경영간섭 불가피"
은행권 BIS비율 8% 넘어도 상황따라 투입근거 마련
정부가 하반기 공적자금 투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당장은 추가경정예산 조기편성, 자본확충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 활성화 등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을 동원하되, 이마저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강만수 경제팀과는 달리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공적자금 투입 등 비상대책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다는 점도 정부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경기도 성남 인력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추진중인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공적자금 투입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전날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필요한 경우 금융회사에 대한 선제적인 자본 투입과 신속한 부실채권 정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며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때문에 경영 간섭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은행이 부실화되기 전에 공적자금을 넣을 수 있도록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 등을 개정하는 방안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임시국회에서 개정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행 법에서는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아래로 떨어져 '부실은행'이 돼야 공적자금 투입이 가능한 만큼 사전 예방적 자본투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러한 법을 고쳐 BIS비율 8% 이상에도 필요시 공적자금을 투입할 근거를 만들어 놓은 뒤, 추경 등 정책효과를 지켜보며 공적자금 투입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적자금 투입은 선진국에서 먼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은행들에 총 21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 댓가로 경영진 보너스포기, 배당 미지급 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축소 금지 등의 조건을 붙였다. 금융위기로 몸을 사리고 있는 은행들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투입시켜 가계ㆍ기업의 연쇄 부도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다. 일본도 최근 금융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규모을 종전 2조엔에서 12조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지방은행 등을 중심으로 투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공적자금 조기 투입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0일 '주요은행 건전성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BIS비율 8% 이상인 건전한은행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의 4대 은행들의 BIS비율이 공적자금 투입 조건인 8% 아래로 내려가려면 최대 24조원의 손실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용 경색을 완화하고 금융권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의 특별출연도 확대하고 자산관리공사와 은행 합작을 통한 부실자산 매입 펀드 조성 등의 처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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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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