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임혜선 기자]최근 아역배우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아역배우의 연기에 따라 드라마 초반 시청률이 좌우될 정도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화 대통령' 서태지마저 두손 두발 다 들게 만든 아역이 나타났다. 'KTF 쇼' CF에서 서태지에게 무심한 표정으로 "아저씨 누구세요"라고 당차게 말한 열여섯 소녀 심은경이다.
심은경은 지난달 29일 종영한 KBS2 4부작 수목드라마 '경숙이 경숙아버지'(극본 김혜정, 연출 홍석구)에서 아버지 조재수(정보석 분)보다 더 어른스러운 주인공 경숙역을 맡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실감나는 표정연기로 호평받았다.
극중 아버지 조재수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태연하게 연기하는 심은경을 보고 있노라면 평소 모습도 애늙이같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생길법하다. 하지만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심은경은 갓 사춘기로 접어든 순수한 중학생이었다.
-'경숙이 경숙 아버지' 촬영을 끝낸 기분은?
▲'경숙이 경숙아버지' 마지막 촬영은 지난해 12월 30일 밤 새면서 끝났어요. 찍은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영이니 기분이 묘해요.
-이번 드라마을 통해 배운점은?
▲예전에는 그 누구누구의 아역으로 작품에 참여해 부담감이 적어 편하게 연기했는데 처음으로 제 이름을 걸고 작품에 참여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한테 실망을 주게 되면 어떡하나' 하고 조바심도 났고요. 하지만 경숙이 역할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앞으로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경숙이 경숙아버지'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감정신이 많이 힘들었어요. 예전에는 눈물도 잘 흐르고 감정도 잘 나왔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사춘기가 돼서 그런지 제가 용납하지 못하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거예요. 촬영하면서도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번 다시 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정말 내가 연기를 열심히 한건가'하는 고민과 후회도 많이 했어요.
-데뷔는 언제 했나?
▲초등학교 4학년 때요. 그땐 카메라 위치가 어딘지도 몰랐어요. 아무것도 몰라서 연기 하는 것이 많이 두려웠던 것 같아요. 이제 경력이 조금 생기다 보니 뭔가 알것 같기도 하고 내 나름대로 생각도 생기는거 있죠? 저 연기 경력 5년됐어요.(웃음)
(심은경 어머니)은경이가 너무 내성적이었어요. 엘레베이터 안에 있으면 제 뒤에 숨을 정도였으니깐요. 사회성이 부족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후천성 자폐아인가 걱정도 했죠.(웃음) 그래서 '연기학원에 다니다 보면 사회성이 좀 발달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은경이를 연기학원에 보냈어요. 초등학교 3학년때 처음 학원에 가서 한 1년 정도 다녔죠.
-첫 작품은?
▲(심은경 어머니) 드라마 '장길산' 감독이 엘리베이터에서 은경이를 우연히 보고 캐스팅했어요. 그때가 아마 2004년도였을거예요. 처음에 촬영했을때 "저런 연기 못하는 애들 데리고 왔냐"며 많이 혼났어요. 그땐 정말 긴장해서 밥도 못먹었어요.
'단팥빵' 찍을땐 걱정이 앞섰었어요. 그때 전 은경이가 연기를 못한다고 말하고 거절하려고 했는데 제작진이 은경이를 믿어줬어요. 여전히 연기는 못했고요. 저 많은 스태프들과 제작비를 투자해 작품은 만드는데 은경이가 NG를 자꾸 내 너무 창피하고 미안했어요.
그때부터 연극하는 선생님을 집에 오라고 해서 은경에게 연기를 가르쳤어요. 선생님은 '이런 상황이면 너가 어떻게 했겠어?'라며 은경이 눈높이에서 맞게 가르쳐주셨죠. 한 달 정도 배우니까 은경이에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황진이'에서 하지원 아역으로 호평받았는데?
▲2006년에 방송된 '황진이' 촬영분은 급하게 찍었어요. 세트장에 문제가 있었거든요. 첫 방송때가 6학년 수학여행 갔던 날이어서 엄마께 전화해서 반응을 물어봤어요. 그런데 제가 그날 실시간 검색어 1위였다는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심은경 어머니) 원래 황진이 아역은 2부에 1번 나오는 거였는데 이성주 PD가 은경이 연기를 보고 재촬영을 했어요. 은경이를 귀엽게 봐 주신 것 같아요. 은경이에게는 행운이었죠.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드라마 '태왕사신기'요. 수지니 역을 너무 하고 싶었었어요. 엄마께서는 저와 수지니는 성격이 너무 똑같다고 그러던걸요. 그래서 인지 촬영할때도 재밌고 즐겁게 했어요. 경숙이 역할도 좋았고요.
-배우 이하나와 친분이 있다는데?
▲KBS 드라마 '태양의 여자'하면서 하나언니를 만났어요. 드라마 종영후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하나언니가 먼저 저에게 연락한거 있죠? 너무 고마웠어요. 하나 언니와 함께 가수 서태지 'ETP페스트2008' 공연에 갔어요.
(심은경 어머니) 서태지 공연 갔을 때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이 은경이를 많이 알아봤어요. 그 옆에서는 아이돌 그룹 공연을 했었는데 중학생인 은경이가 아이돌 그룹 공연 안가고 서태지 공연에 있으니 신기했나봐요. 그때 서태지씨도 은경이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서태지를 굴욕 준 소녀'로 화제가 됐는데?
▲원래서태지 팬이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CF 촬영장에서도 떨려서 옆에도 못갔었어요.
-캐스팅은 어떻게?
▲(심은경 어머니)서태지 씨가 직접 뽑은걸로 알아요. 은경이가 공연에도 찾아가고 팬이라고 하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아요. 은경이가 팬이니까 조금은 점수를 딴게 아닐까요?(웃음)
-서태지와 함께 촬영한 기분은?
▲솔직히 그때 머리속이 하얗게 변했었어요. 너무 떨려서 가까이도 못갔어요.
-서태지팬이 된 이유는?
▲서태지의 생각이나 노래가 너무 좋아요. 서태지에 대한 다큐멘터리 보니 특이한 물건, 장난감이 많아서 부러웠어요.
-좋아하는 배우는?
▲이순재 선생님이요. MBC '무릎팍 도사'에 이순재 선생님이 나오신 적 있어요. 선생님께서 '연기하는건 끝이 없고 완성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다 '대본을 피눈물 나게 읽고 캐릭터를 창조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순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과연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건가'라고 후회도 했어요. '무릎팍 도사'를 보자마자 종이에 이순재 선생님의 말을 써서 벽에 붙였어요. 꼭 한번 같이 연기하고 싶은 남자 배우도 이순재 선생님이에요.
-드라마와 영화 중 더 재미있는 분야는?
▲드라마 영화 둘다 재미있어요. 각각 장단점도 있는 것 같고요. 영화는 뭔가 디테일하게 찍을 수 있어 좋고 드라마는 진행속도가 빨라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단점은 드라마는 워낙 빨리 진행되다 보니까 만족 못해도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 아쉽고 영화는 역할을 알아가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려요.
-장래 희망은?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사진 이기범기자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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