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전격 인사, 논평 어려운 상황" 사내외 지적
2세대 부회장단 체제도 불안정해...후속 인사에 촉각
현대자동차가 19일 서병기 부회장(61)과 최재국 부회장(60)을 돌연 퇴진시켰다. 1세대 용퇴설에 끊임없이 언급됐던 서 부회장 뿐 아니라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한 달이 채 안된 최 부회장마저 물러나면서 사내의 동요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날 두 부회장의 고문 퇴진과 함께 글로비스 양승석 사장을 현대차 국내 및 해외영업담당 사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또 현대차 이광선 사장은 글로비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현대차 서비스사업부장 신영동 전무는 국내 영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업계는 최근 정몽구 회장이 결행한 현대차 일련의 인사와 관련해 장남인 정의선 사장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과정이라고 분석해 왔다. 그러나 최 부회장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돌연 퇴진하면서 '지나치게 전격적인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관련해 "오랜기간 영업을 담당해 온 최 부회장이 용퇴하고 2세대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도 가속화 돼 새로운 경영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최근 50대 부회장진을 대거 발탁하고 원로급 1세대를 퇴진시키는 등 그룹 내 세대교체에 주력해 왔다. 김용문 부회장, 김동진 부회장과 박정인 HMC투자증권 회장, 김익환 기아차 부회장, 조남홍 기아차 사장 등이 퇴진했으며 이 자리를 윤여철 부회장과 최재국 부회장, 이현순 부회장 등 신임 부회장단이 메우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2세대 부회장단으로 일컬어진 최재국 부회장이 전격 퇴진하면서 2세대 부회장단 체제도 당분간 안정을 찾지 못할 전망이다. 신임 부회장단 중에서는 정성은 기아차 부회장이 최재국 부회장과 같은 60세이며 현대차 서병기 부회장과 설영흥 부회장은 최 부회장에 비해서 오히려 나이가 많다. 정몽구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최한영 부회장을 비롯해 정 회장 부자와 같은 한양대 출신인 정성은 기아차 총괄 부회장 등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점차 1세대 전체 퇴진의 윤곽이 그려져 가는 듯 하다"며 "품질관리분야에서 인정을 받아온 서병기 부회장 역시 1세대 용퇴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재국 부회장의 전격 퇴진에 대해서는 그룹 내에서도 어떤 논평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 말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를 통해 연구개발(R&D)과 품질 분야를 강화한 바 있다. 실제로 승진자 204명 중 연구개발ㆍ품질ㆍ생산 부문 비중이 무려 45%에 이를 정도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관련해 "첨단 기술 개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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