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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교수 음식이야기] 돼지고기의 영양학

얼마 전 돼지고기 전문점을 컨설팅하는 일을 맡으면서 소주한잔과 숯불돼지고기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몇 해 전만 해도 돼지고기를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나와 돼지고기는 상극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직업상 한 두 점 먹다보니 싼 값도 값이지만 돼지고기가 대중적인 메카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돼지고기는 주머니가 얇은 직장인들이 동료들과 한잔 할 때나 주말 가족들과 야외에 나갈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주 메뉴다. 중년 남성이라면 과거 어려웠던 시절 고된 일과를 마치고 대폿집에 들러 드럼통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소주 한잔과 삼겹살을 먹었던 추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법도 한데...

원래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겹살'이 아니라 '세겹살'이라는 말이 가끔씩 사용되었다가 삼겹살이 보편화되면서 94년 국어사전부터 이름이 등록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돼지고기는 비계가 많이 붙어 있는 고기로 간주해 미각 문화가 늦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식육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삼겹살을 소금에 절여 훈제 가공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삼겹살은 영어로 베이컨(bacon), 즉 베이컨용 고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삼겹살을 이용한 이색적인 음식점도 많아지고 있다. 전에는 솥뚜껑에 구워먹는 삼겹살이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생고기 삼겹살, 와인 숙성 삼겹살, 대나무통 삼겹살, 잘라먹는 통삼겹살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삼겹살집 종류가 많아졌다.

삼겹살 전문점은 외환위기 이후에 크게 늘어났고 요즘같이 경기침체의 시기에는 최고의 외식 메뉴이며 직장회식용 메인테마이여 또한 유망한 사업 아이템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갈비집들이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여서 상당한 창업자금이 필요한 반면 서민형 음식점인 삼겹살집은 소자본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삼겹살이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돼지고기 중 인기 없는 비계 였다가 삼겹살을 가장 맛있는 살코기 부위로 둔갑시킨 것은 장사수완이 좋기로 유명한 개성사람 들이었다고 한다. 살코기에 그냥 비계 덩어리가 붙어 있도록 돼지를 키우지 않고, 비계 끝에 다시 살이 생기고 그 살끝에 다시 비계가 붙는 식으로 육질을 개량한 것이다.

돼지는 원래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나 쌀겨, 보릿겨, 비지 등을 먹여 길렀다. 그런데 개성사람들은 섬유질이 적은 사료를 먹인 후 비계가 살 사이 에 겹겹이 얇게 들어 있는 삼겹살을 만들어 이를 시중에 보다 비싼 값으로 내다팔 수 있게 됐다고 한다.

1895년 선모충병과 날 돼지고기의 관계가 임상적으로 밝혀졌다. 그 후 이러한 사실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가장 적절한 이유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모든 가축은 사람에게 해롭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잘 익히지 않은 쇠고기에는 촌충이 대량 서식하는 경우가 있고, 소·염소·양에도 열·통증·피로를 주된 증상으로 하는 브루셀라병이나 탄저병 등을 옮기는 세균이 들어 있다. 선모충병에 대한 최대의 안전대책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잘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도록 하는것이다.

그러나 돼지고기는 황사가 심한 때나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피로가 쌓였을 때 먹으면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중금속을 해독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돼지고기의 육질은 섬유가 가늘고 부드러우며 다른 육류에 비해서 많은 지방이 축적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밝은 분홍색을 띠고 윤기가 돌며 썰었을 때 살이 칼에 달라붙는 것이 신선하고 맛있다. 진한 암적색을 띠는 것은 늙은 돼지의 고기이거나 오래된 것이고, 색이 지나치게 짙은 것은 질기고 맛이 없다.

지방층이 붉거나 부분적으로 변색된 것, 물렁한 것, 표면에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피가 말라붙어 있는 것은 신선하지 않은 것이다. 지방이 지나치게 흐물거리고 탄력이 없거나 노란색을 띠는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 것이므로 선택시 주의하도록 한다.

최고 인기부위인 삼겹살은 44%이상 지방함유, 뜨거운 석쇠에 구우면 자체의 기름이 빠지면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돼지고기의 지방은 에너지원으로 우수할 뿐만 아니라 뇌의 지적활동에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뇌신경은 60%가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일부는 필수 지방산인 리놀산으로 되어있다. 리놀산은 소기름에는 4.1%인 것에 반해 돼지고기에는 20.1%나 함유되어 있다.

또한 돼지고기에는 단백질과 칼슘, 철분이 매우 풍부하고 필수지방산,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B1(티아민)의 경우 쇠고기에 비해 10배나 들어있어 피로회복은 물론 집중력 강화, 피부미용,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무기질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서 보양식, 병후회복식으로 먹으면 좋다. 또한 돼지의 살코기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 B1은 비교적 열에 강해서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내장은 대부분 이용할 수 있지만 쇠고기와 달리 기생충에 감염될 우려가 있으므로 반드시 가운데 부위까지 충분히 익혀서 먹어야 한다.

돼지고기를 구입할 때 덩어리로 구입한다면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썰어서 구입한 고기는 종이타월에 감싸 핏물을 뺀다. 돼지고기의 지방은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기도 하지만, 지방 함량을 낮추려면 적당히 잘라내는 것이 좋다.

갈아서 파는 고기는 부위별로 떼어내고 남은 것을 모아서 갈아 파는 경우가 많으므로 되도록 덩어리로 구입해 조리하기 전에 직접 갈거나 다져서 사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겨자를 이용해보자.

겨자의 톡 쏘는 듯한 매운 맛은 살 속에 들어 있는 고기의 참맛을 살밖으로 빼내 주는 역할을 하고 입맛을 돋운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독특한 냄새는 마늘, 생강등의 향신야채를 사용하고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단에 빠지지 않은 편육을 만들때는 삶을때는 인스턴트커피를 조금 넣어 비린맛을 제거하도록 하자.

● 목살(항정살)=고기 속에 지방이 굵은 망 형태로 박혀있고 살이 단단하며 맛이 진하다. 편육이나 보쌈 등에 사용한다.

● 등심=다른 부위에 비해 연한 담홍색을 띠며 부드러운 지방으로 덮여있다. 고깃결이 곱고 육질이 부드럽다. 조리할 때는 가열 전에 반드시 힘줄을 잘라주는 것이 요령이다. 그래야 고기가 수축하지 않고 맛있다. 등심은 돈가스, 구이, 볶음 등에 사용한다.

● 안심=비타민 B1이 가장 많고 지방이 적은 부위로 맛이 담백하고 부드럽다. 돈가스, 튀김, 탕수육 등에 쓰인다.

● 갈비=안심 못지않은 부드러운 육질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이 적다. 갈비찜, 불갈비, 바비큐, 강정, 찌개 등 고기 맛을 살리는 요리에 사용한다.

● 볼기살=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질기고 살집이 두툼하며 지방이 적다. 조리하면 연해지므로 장조림, 찌개, 수육, 볶음 등에 사용한다.

● 방아살=육질이 두꺼우며 힘줄과 지방이 없다. 결이 곱고 품질이 조은 고기로 주변에 붙은 지방질이 맛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얇게 썰어 구이나 전골, 두껍게 썰어서 찜을 하면 좋다.

● 삼겹살=근육과 지방이 3겹의 막을 형성해 좋은 맛을 낸다. 베이컨의 재료이며 구이, 편육, 찜, 카레, 찌개, 조림 등에 사용한다.

● 다리살(아롱사태)=운동근이 많이 뭉쳐있고 지방이나 막이 많다. 육질이 연한 부위가 단단한 부위가 교차하여 맛이 쫄깃하다. 찌개나 수육에 사용한다.

● 족=껍질과 힘줄이 모두 젤라틴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오래 끓이면 젤라틴이 녹아 연하고 걸쭉해진다. 찜에 적합하며 쫄짓하고 달콤한 맛이다.

전남도립대학 호텔조리제빵학부 교수

광남일보 노해섭 기자 nogar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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