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미국과 이란 전쟁에 달러와 금 가격에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으며 같은 방향성으로 움직였던 두 자산의 가치가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현금(달러)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치가 높아진 반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금값이 내린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전쟁이 미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를 키울 경우 달러 가치는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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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3일(현지시간) 99.05로 전거래일 대비 0.68% 올랐다. 반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값은 달러화 강세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5107.7달러를 기록했다. 전장 대비 3.85% 빠졌다.
외신은 국채와 주식이 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국채와 주식이 동반 매도세를 보이면서 금 가격에도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졌다"며 "급격한 주식 시장 조정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과 같은 안전자산 보유분을 청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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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금값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세는 물가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미룰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금리가 낮을 때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지는 자산이다. 채권 등 수익형 자산은 이자가 발생하지만 금과 같은 귀금속은 이자 수익이 없어 금리가 낮을수록 투자 매력이 커진다. RJO 퓨처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 밥 하버콘은 "금 가격 하락은 유동성 선호, 즉 현금으로의 도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국채 수익률도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상승세는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충돌이 미국의 재정 상황과 경제 전망을 악화시킬 경우 달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은 처음에는 압도적인 군사 충격 속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대체로 달러에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전쟁 발발 후 시장이 재개된 전날까지만 해도 달러와 금의 가격은 같은 흐름을 보였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27일 97.61에서 전날 98.38로 0.77% 올랐다. 같은 기간 금도 5247.90달러에서 5311.60달러로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두 자산의 가격을 높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상황에서도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보통 금과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