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감행한 이른바 '참수작전'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최근 중동 정세를 계기로 이 같은 질문이 제기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반도는 전혀 다른 전략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은 이란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군사적 대응은 단순한 북·미 충돌을 넘어 역내 긴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미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엘렌 김 학술부장은 3일(현지시간) KEI와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IIPS)가 공동 주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 전략과 인도·태평양에의 의미'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꽤 깊이 생각해봤는데 이란과 북한은 상당히 다르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베네수엘라 지도자 마두로가 체포됐고 며칠 전 이란 지도자에게 일어난 일들을 보면 모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금 정말 겁에 질렸겠다'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북한에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핵무기다. 김 부장은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옵션을 택하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지도부 제거 차원을 넘어, 핵 대응과 보복 시나리오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문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도 변수다.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두 강대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외교·군사적 지원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곧 역내 세력 균형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지정학적 위험성도 강조됐다. 김 부장은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다"며 "이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례로 1994년 북핵 위기를 언급했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전략적 타격을 검토했지만, 한국 정부의 반대와 막대한 피해 추산으로 실행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김 부장은 "현재도 본질적인 위험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참수작전을 선택하기는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 피어오르는 이란 테헤란. AFP연합뉴스
일본 측 전문가 역시 유사한 우려를 내놨다. 다쓰미 유키 IIPS 선임국장은 "다카이치 총리 개인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에서 보면 북한에서 그런 식의 대규모 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혼란을 의미한다"며 "이는 난민 유입이나 여러 다른 형태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일본인이 한국에서 살거나 일하고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 모든 일은 일본 입장에서 진정으로 피하고 싶은 재앙적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