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시장 개방 압박 속에 한국 이 오랜 기간 승인하지 않았던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구글 지도 서비스는 물론, 나아가 잠재 사업자인 애플 등의 위치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에서 본격적인 서비스 확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지도 및 위치 기반 서비스 산업에서 사실상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본격적인 경쟁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이제는 보호 속의 안정이 아니라 경쟁 속의 혁신으로 산업 주도권을 입증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은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의 관광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작 구글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하곤 했다. 길찾기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및 정보 검색에서도 제약이 따랐다. 물론 로컬 애플리케이션(앱)에 익숙한 국내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불편을 덜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체감의 문제일 뿐, 장기적으로는 국내 소비자에게도 결코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글맵이 가져오는 시장의 변화는 경쟁 체제로의 진입으로 읽혀야 한다. 기존 네이버와 카카오같이 특정 국내 플랫폼만 선택 가능한 구조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혁신 경쟁의 압력을 약화시킨다. 경쟁 없는 곳에 혁신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자인 구글맵과 직접적인 비교 및 경쟁이 차단된 시장에서는 서비스 품질 개선 속도가 느려지고, 비용 구조 역시 비효율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지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가격과 수수료 문제다. 지도 기반 서비스는 단순 길찾기를 넘어 배달, 운송, 숙박, 상권 분석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예컨대 경쟁이 부재한 산업에서 특정 독과점 사업자들이 위치 데이터 사용료를 높게 책정하더라도 실질적 대체재가 없다면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은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최종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반면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이 존재한다면 가격과 조건은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 속도 역시 마찬가지다. 독과점적 구조에서는 기능 개선이 느리고 보수적으로 이루어질 유인이 크다.
반대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노력, 사용자 경험 개선, 데이터 활용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업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경쟁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더 나아가 개방된 시장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압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이 없는 환경에서는 내수 중심 전략이 고착화되기 쉽다. 그러나 열린 경쟁 환경에서는 해외 사업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며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폐쇄적 환경이 단기적으로는 산업 보호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확장을 제약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이유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독과점해 온 위치 및 지도 서비스 산업은 이제 더 이상 보호를 전제로 한 전략 산업 단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초기에는 산업 육성 차원에서 일정 부분 보호가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기술이 상당 부분 범용화됐고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제는 보호보다는 개방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 이번 시장 개방은 특정 국내 기업들의 위기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체질을 강화할 기회가 돼야 한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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