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HK t당 740달러…5.7%↑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
남미 펄프 제조사들 수급량 조절
중국 시장 중심 수요 폭등 영향도
인쇄용지·화장지 가격 인상 우려
한동안 잠잠하던 펄프값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치솟고 있다. 세계 펄프 공급을 책임지는 남미 지역 펄프 제조사들이 지난해부터 수급량 조절에 나선 데다, 올해 신년·신학기 시즌이 맞물리며 수요가 폭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솔제지 대전공장 자동화 창고에 백판지 원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사진=아시아경제 DB
3일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펄프 가격의 기준이 되는 '미국 남부산 혼합활엽수 펄프(SBHK)'의 올해 2월 평균 가격은 t당 740달러로 전월(700달러) 대비 5.7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t당 630달러로 최근 2년 새 최저점을 찍은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다.
SBHK 가격은 2021년 5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장기화한 해상 공급망 불안과 코로나19 이후 회복된 종이 수요량이 겹치며 한때 역대 최고 수준인 t당 92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물류망과 수요량이 제자리를 찾으며 t당 700달러 선을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수자노·브라셀 등 남미 대형 펄프 제조사들이 수급 균형을 목적으로 공급량을 줄이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그렸고, 올해 초 신년·신학기 시즌으로 중국 시장의 수요가 폭증하며 본격적으로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인 우드칩(펄프의 원료) 공급 업체인 인도네시아 포레스트사가 불법 벌목 이슈로 라이선스를 취소당하는 등 수급 불안 요인이 확대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펄프 가격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펄프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제지업체들의 가격 인상 압박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제지는 원재료비가 제조원가의 60% 안팎을 차지할 만큼 원가 변동성에 민감한 품목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전체 펄프 사용량의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유가·글로벌 수급량 등의 등락에 특히 취약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급변으로 환율과 유가가 자극받고 있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우회 루트를 통해 들여올 경우 해상 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단 분석이다. 국내 업계 1위 한솔제지는 지난달 에너지 비용 인상 등의 사유로 백판지류 할인율을 10% 축소하며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같은 기간 깨끗한나라도 동일한 방식으로 백판지류 가격을 10%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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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펄프 비중이 큰 인쇄용지와 화장지, 백판지를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국내 종이 수요가 계속해서 줄고 있어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현 정부의 물가 인상 자제 방침이 매우 강력해 가격 인상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할 수 있다.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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