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억대 도박사이트 운영진 무죄…'압수수색 때 영장 팩스 사본 제시'

경찰, 압수품 목록도 교부 안 해
재판부 "공소사실 입증 증거 부족"

28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사본 제시와 위법한 증거 수집 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지윤섭 부장판사)은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기소된 A씨(41)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청주지법

A씨 일당은 2021년 9월부터 약 6개월간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280억여원의 도박금을 입금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한 투자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경찰은 이 사건 연루자의 계좌가 도박사이트 환전 계좌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계좌의 거래가 이뤄졌던 해외 IP주소를 추적하며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청주시의 한 건물 사무실에서 IP주소를 우회해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무실에 자주 드나들던 A씨 일당을 도박사이트 운영진으로 지목했다. 이후 금융기관 등을 압수수색해 도박사이트 계좌에서 일당의 월세, 자동차 렌트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A씨 일당의 포털 클라우드에서 도박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사진까지 확보한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들을 검거했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진 A씨 일당은 "경찰이 위법한 수사를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경찰이 압수수색 당시 금융기관과 포털에 압수수색 영장 원본이 아닌 사본을 팩스로 제시했고, 압수 이후에도 압수품 목록을 A씨 등에 교부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들었다. 경찰은 그제야 압수수색 영장 원본을 제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재판부는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영장의 원본을 대상자에게 반드시 제시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적법한 집행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수사기관이 절차를 위반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으므로 배제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도박사이트 운영 사무실로 의심됐던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아 컴퓨터 등도 확보하지 못했고, 도박사이트 운영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진술 증거도 얻지 못하는 등 배제된 증거 외에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련돼 있던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영장이 적법하게 집행됐다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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