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위한 인공지능(AI) 사용 안내서 《법관을 위한 AI 가이드북(프롬프트 엔지니어링)》를 펴냈다. 재판 실무에 챗지피티(ChatGPT)나 제미나이(Gemini) 등 상용 AI를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법관이 안전하게 AI를 사용할 수 있는지 정리한 것이다. 가이드북은 2026년 3월부터 전국 판사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가이드북은 상용 AI를 재판에 활용할 경우 유의할 원칙 등을 소개한다. 먼저 AI의 작동 원리와 기술적 한계를 설명하고, '실무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말하는 '환각' 현상이나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침해 등 위험 요소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AI 결과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최종 판단은 법관이 직접 내렸는가? △AI의 오류가능성을 전제하고 별도 검증 절차를 거쳤는가? △AI 활용 목적과 개인정보 처리 범위가 명확히 설정되어 있는가? 등이다.
프롬프트 작성 기본 원칙과 단계별 루틴도 제시한다. 기본 순서는 'AI에게 수행할 역할을 알려주고 → 할 일을 시키고 → 목표를 정한 뒤 → 배경을 설명하고 → 원하는 답변 형식을 지정한 뒤 → 첫 번째 응답을 바탕으로 추가 지시를 하여 답변을 보완하고 → 직접 검증'하는 것이다.
프롬프트 설계를 통해 AI의 답변 품질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예: 예시를 들어주기, 단계별로 생각하게 하기, 복잡한 문제를 잘게 나누기 등)을 소개한다.
재판 실무에서의 AI 활용례도 담았다. 일반·민사·형사·행정·지식재산 등 분야별 실무 활용 예시 20가지를 제시하고, 프롬프트 작성 난이도와 기술 활용 수준에 따라 상·중·하로 분류했다.
△일반- 판결 요지 등을 설명하기 위한 가독성 보완 및 문체 수정(난이도 '하') △일반- 공개자료를 요약해 판결문의 기초사실 정리(하) △일반- 당사자가 준비서면에서 인용한 판례의 허위성(환각) 검증(중) △일반- 외국법률문헌(법령, 판례, 논문 등)의 번역(중) △형사- 엑셀표 생성을 활용한 구속기간 계산(중) △민사-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등 의료감정결과의 오류 검증(하) △행정- 행정사건에 대한 쟁점 법령 및 관련 법리의 자동 인식 및 시각화(법령 네트워크 맵)(중) △민사- 생각의 사슬(Chain of Thought) 기법을 활용한 국제협약의 적용여부 검토(상) 등이다.
법원행정처는 2025년 10월 '법관을 위한 AI 가이드북 제작 연구반'을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 주무위원인 권창환(사법연수원 36기) 안산지원 부장판사를 팀장으로 법관 8명과 간사 1명 등 9명이 활동했다. 권 부장판사는 "법원의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상용 AI를 활용해 재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경험치를 쌓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법률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며 법원 역시 AI 도입이 불가피해졌고 국민의 기대치도 높아졌지만, 법원은 현실적으로 예산이나 인력 등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권 부장판사는 "가이드북을 통해 법관 내부 구성원의 AI에 대한 리터러시(Literacy, 문해) 역량을 강화하여 다양한 재판 활용사례를 축적함으로써, 향후 재판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더욱 다양하게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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