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강위원 전남 부지사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말하다

강위원 "전남·광주 통합, 400만 경제권 설계 본질"
지역 소멸 위기 극복 위한 전략적 판단 필요
재정·권한·산업클러스터 3박자 갖춰야 실효성

그린벨트·해상풍력 인허가권, 투자속도 좌우
공공기관 2차 이전…'균형' 넘어 '산업 연계'
제로섬 청사 논쟁 경계…본질은 경제 파급력

강위원 전라남도 경제부지사가 최근 전남광주행정통합 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진석 기자

강위원 전라남도 경제부지사가 "전남광주행정통합은 단순 지방행정 개편이 아닌 경제 구조 대전환 프로젝트"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지역·조직 통합이 아니라 '재정 구조 개편', '권한 이양', '산업 클러스터 재배치'가 동시에 이뤄질 때 실질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판단이다.

강 부지사의 이 발언은 통합 논의를 '상징 정치'에서 '경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담고 있다.

그는 "지금은 (행정통합) 갈등 국면이라기보다 제도 설계를 둘러싼 조정 단계다"라며 "핵심은 얼마나 많은 권한과 재원을 지방이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20조 지원, 액수보다 '구조'가 관건

정부는 행정통합특별시에 연 5조 원, 4년간 20조 원 규모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통합 초기 비용 보전 및 지역 특성에 맞춘 사업 육성을 위한 일종의 종잣돈을 제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강 위원은 "액수 자체로만 봐도 상징성이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재원의 성격이다"라고 짚었다. 과거처럼 단순 특정 사업에 묶이는 꼬리표가 달린 목적 예산이 아니라 지방이 자율적으로 전략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성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 재정 지원이 아닌, 국세·지방세 조정과 교부세 체계 개편 등 제도적 기반이 뒤따라야 한다는 부연도 했다.

강 부지사는 "특별법에 모든 내용을 담기 어려운 만큼 일반법 개정을 통한 항구적 재정 구조 설계도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며 "통합이 '이벤트성 정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연 5조이란 재원을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 권한 이양, 투자 결정 속도 좌우

이번 행정통합 과정에서 갈등 소재로 부각된 권한이양(중앙 권한을 통합자치단체로 이전)에 대해서도 지역 상황에 맞게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전남·광주는 통합특별법안을 통해 교부세·지방세 등 감면 특례, 정부 재정 지원의 명확성 보장, 에너지 관련 권한의 특별시장 이양, 그린벨트 해제권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관철되지 않으면서 지역 내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강 부지사는 "다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그린벨트 해제권과 해상풍력 인허가권 이양은 산업정책의 속도와 직결되는 문제다"라며 "대규모 투자 유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사결정의 신속성인데 지방이 일정 범위 내에서 책임 있게 결정할 수 있어야 기업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부지사는 "해상풍력의 경우 현행 3㎿ 이하로 제한된 지방 권한이 현실 사업 규모와 괴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그린벨트 해제권에 관해 일부서 제기된 난개발 우려 목소리엔 "권한 확대와 동시에 통제장치(도시계획위원회, 농지관리위원회의 실질적 운영)도 강화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관리형 분권'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2일 전남·광주 통합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 이어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전체 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안에는 시·도가 핵심 특례로 분류한 31건 중 19건이 전부 또는 일부 반영됐다.

세부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 근거를 담은 '에너지 자립도시 조성' ▲태양광·풍력 발전사업 허가권 20㎿까지 확대하는 '전기사업에 관한 특례' ▲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 내 송·배전 설치비용 국가 지원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전력망 구축 지원 특례' 등이 있다.

또 ▲신규 면허 양식장 및 어업허가권을 특별시장에게 이양하는 '수산자원 개발 등에 관한 특례' ▲국가에 송전·변전설비 확충,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등 계통포화 해소 대책 마련 의무를 부과하는 '재생에너지 계통 포화 해소에 대한 국가 지원 특례' 등도 담겼다.

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 명문화, 영농형 태양광 특례 등은 이번 의결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 공공기관 이전, '분산'·'집적' 동시에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집적 효과와 분산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차 이전이 '지역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이전은 지역 특성에 맞춘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지난 정부에선 행정수도 이전부터 혁신도시 건립, 1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며 균형발전을 도모했지만, 결과론적으론 목표로 했던 인구증가, 지역 활성화 등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행정통합 추진을 국가전략 차원으로 연결하려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남은 400만 도민이라고 표현했다. 현재는 광주와 전남을 합쳐도 약 320여만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80만명을 더 유입시켜야 한다"며 "전제 조건은 일자리 확보다.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동·서·남·북 권역별 산업 특성에 맞춘 전략적 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해양, 미래 모빌리티 등 기존 산업 기반과 연결될 때 파급 효과가 극대화된다. 한 곳으로 집중한다고 시너지가 나진 않는다"라며 "기관의 성격에 맞춰 나주혁신도시로 가야 할 기관은 그곳으로 가고, 동부나 서부권으로 가야 할 기관들은 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전남도는 전남·광주 통합 특별시를 기존 광주권·서부권·동부권 3축 권역에 새로 남부권을 포함시켜 '3+1축' 4대 권역으로 재편하고 총 4,000만 평 규모의 특화산업 단지와 AI·반도체·에너지 등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첨단산업 신도시를 조성, 400만 특별시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통합 이후 광주·전남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어 육성하겠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 주청사 논쟁은 '제로섬', 본질은 경제 효과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이슈로 떠오른 주청사 입지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강 위원은 "주 청사 문제는 상징성은 크지만, 본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청사 위치가 먼저 확정될 경우 지역 간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주 청사 문제를 두고 싸우면 결국 행정통합은 하지 말자는 말밖에 안 된다"며 "현재 상황에서 어느 한 곳으로 정하자고 한다면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은 그동안 관청 중심적 사고를 해 왔다. 소위 먹고살 것이 없다 보니 관청을 중심으로 발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라며 "현재는 주 청사가 어디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경제적 파급 효과를 상호 보완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청사 유치 경쟁보다 산업·투자 유치 전략이 통합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 부지사는 "인구 감소와 산업 정체라는 지역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광주와 전남이 개별 단위로는 경쟁력이 약하다"며 "통합을 통해 행정·재정·산업 정책을 일원화하면 국가 전략산업 유치와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서 협상력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 "통합은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미래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선택"이라며 "재정·권한·산업 전략을 종합적으로 설계해야만 실질적 성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부지사는 끝으로 "통합 논의는 이제 찬반을 넘어 어떤 구조로 설계할 것인가의 단계로 넘어왔다"며 "삼성 등 대기업들이 지역을 찾는 흐름 속에서 갈등보단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통합이 상징 정치에 머물지 않고 광주와 전남이 살 수 있는 산업 재편의 실질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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