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AI 메모리 시장에서 반격에 나선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미국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에 HBM4를 정식 납품한다. 회사는 양사의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다음달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앞서 HBM3E(5세대)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가 HBM4를 기점으로 기술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MD 등이 진행한 HBM4 관련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데 따라 다음달 본격 출하 준비에 들어갔다. 회사는 HBM4 기술 구현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반도체 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HBM4 관련한 제품이 전시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주력 제품인 HBM3E 납품 경쟁에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에 뒤쳐졌던 삼성전자는 HBM4 시장에서 전세를 뒤집기 위해 '성능 구현'에 집중했다. D램을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6세대(1c) 제품으로 하고,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도 경쟁사보다 몇 세대 앞선 첨단 공정인 4㎚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적용했다.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가 인공지능(AI) 가속기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HBM4 동작속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하자, 삼성전자는 재설계 없이 검증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HBM4은 11.7Gbps(초당 기가비트)를 구현했다. 이는 AI 가속기 업체들이 요구한 10Gbps 이상 스펙을 여유 있게 충족하는 수준이다. 전작인 HBM3E 대비 데이터 전송용 입출력(I/O) 핀 수를 확대해 단일 스택 기준 메모리 대역폭도 3TB/s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효율 역시 크게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4나노 기반 베이스 다이 설계 최적화를 통해 전세대 대비 에너지 효율을 약 40% 개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속 동작 환경에서도 발열을 최소화해 차세대 AI 가속기의 운용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HBM4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의 구조적 강점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으로, HBM4 베이스 다이에 자체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해 설계와 양산을 유기적으로 최적화했다. 여기에 최선단 1c 나노 D램을 적용해 성능과 수율을 동시에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JP모건은 삼성전자가 HBM4 품질 인증 과정에서 시장 기대를 웃도는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며, 2026년 HBM 비트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8%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AI 수요 확대에 따라 HBM 시장이 구조적인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