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28일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23원 이상 내리며 1420원 선까지 급락했다. 주간 종가 기준 석 달여 만의 최저치다. 엔화 강세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달러 용인 발언 등이 동시에 작용하며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렸다.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대비 23.7원 내린 1422.5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20일(1419.2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2원 내린 1431.0원에 개장한 후 장 초반 1430원 선 전후에서 등락했다. 오전 11시께 낙폭을 확대한 환율은 오후 2시22분께 142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초근 그린란드 리스크에 더해 간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인덱스(DXY) 급락을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근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해 걱정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좋다고 본다"며 "달러의 가치를 보고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를 봐라. 달러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가 그 자체의 수준을 찾게 두고 싶다. 그게 공정한 일"이라고 말해 인위적으로 달러를 방어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역시 심화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국토안보부 예산에 대한 민주당의 강경한 입장, 시간적 제약 등으로 부분 셧다운 가능성이 확대됐다"며 "물가·고용지표 발표 등 주요 기관 업무에 대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안 협상이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 재논의를 비롯한 정치적 쟁점과 연결됨에 따라 의회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정책 리스크에 대한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97대에서 이날 오전 95.536까지 떨어져 2022년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소폭 반등해 96대 초반 선에 머물고 있다. 원화와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는 엔화는 미국과 일본 외환 당국이 이례적인 공동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160엔에 육박하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52엔대까지 떨어졌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경기 및 정책 측면에서 환율 하방 압력이 우세한 환경"이라면서도 "원화 약세에 대한 심리가 온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레벨을 낮출 때마다 달러 실수요는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락 후 소폭 반등 흐름을 반복하면서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단을 낮춰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