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SS 입찰, K배터리 심폐소생기 되려면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에 국내 배터리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최근 정부 주관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 마감됐다. 이번 입찰은 단순한 물량 구매가 아닌 캐즘에 빠진 국내 배터리 산업의 심폐소생술이자 ESS 시장 설계 과정이다. 정부의 입찰 선정 기준이 향후 국내 ESS 산업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벌써 두 번째 입찰임에도 업계가 체감하는 평가 지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국내산과 중국산 제품에 차등을 둘 수 있는 유일한 평가항목인 '산업·경제기여도'엔 'ESS 핵심부품·기자재·기술 공급능력 및 유지보수 등에 따른 국내 산업·경제, 공급망 안정, 고용 창출 효과 등 스토리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여도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라고만 돼 있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도 이번 2차 입찰에선 평가 기준이 일부 바뀌었다. 가격 비중이 1차 60%에서 2차 50%로 낮아졌고, 국내 생산 여부 등 비가격 항목의 비중은 다소 커졌다. 그러나 ESS는 단순 구매에서 설치로 끝나지 않는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바로잡아야 한다. 또 ESS 산업은 셀부터 소재, 시스템, 유지보수까지 모두 연결돼 있다. 제조 주체와 생산 기반이 더 투명하게 드러나야만 추후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조달의 기준은 이번 계약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입찰의 기준이 되고, 업계의 투자 판단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중앙계약시장 공공 입찰은 단순 구매가 아니라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며 국내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세울지 방향을 제시하는 장이어야 한다.

중앙계약시장이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면 국내 생산과 국산 소재 조달에 대해 더 분명한 차등을 둬야 한다. 업계에서 배터리 셀뿐 아니라 주요 소재·기자재와 시스템까지 국내에서 얼마나 조달하는지 평가에 명확하게, 세부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중앙계약시장은 단순한 구매 입찰장이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시장을 설계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선택이다. 그 선택은 결국 국내 산업의 구조와 경쟁력으로 돌아온다. 국내 생산과 국산 소재 조달에 대한 차등이 더 명확해질 때 중앙계약시장이 단기 조달을 넘어 산업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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