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한국문화의 심층 연구 및 교육 등을 수행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내홍에 빠졌다. 이사장과 원장 등에 반발하며 보직자들이 집단 사퇴하면서 상급기관인 교육부의 업무보고에도 배제됐다. 교육부는 기관 정상화 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지만, 소속 교수 53명 중 48명이 참여하고 있는 교수협의회까지 '기관장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13일 학계에 따르면 한중연은 14일 긴급 이사회를 연다.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낙년 원장과 김주성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안 등이 나올 전망이다. 한중연 소속 관계자는 "당연직 이사들은 이미 원장과 이사장에게 사임을 권한 바 있다"며 "이번 긴급 이사회에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한중연 교수협의회는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기관의 독립성과 헌법 질서를 훼손한 이사장과 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김주성 이사장에 대해 "지난 2024년 사적으로 기관을 방문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 현황 보고를 하는 등 공공기관 운영의 기본원칙과 절차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리박스쿨의 정치학교장을 지낸 인물로, 리박스쿨 청문회 당시 손자 생일 차 미국에 방문한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김 이사장과 이 전 위원장이 만난 직후 김낙년 원장이 선임됐다고 한다. 교수협의회는 김 원장이 취임 후 '낙성대경제연구소'에 관련된 인사들을 내정해 교수로 채용하려고 했던 사실을 비판했다. 낙성대경제연구소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해온 뉴라이트 성향의 인물들이 소속돼있다.
한중연 관계자는 "원내 주요 보직자들이 지난해 12월 31일과 1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이사장과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모두 사임했다"면서 "보직자 전원 사임 시 김 원장이 자진사퇴할 것처럼 취했으나, 수일 사이 태도를 180도 바꾼 터라 내홍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