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김철우기자
짠 내 나는 바닷물을 청량한 생수로 바꾸는 마법 같은 기술이 등장했다.
전력 공급 없이 태양광만으로 바닷물을 가열해 마시는 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나 도서 지역의 식수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현 교수팀은 햇빛을 받아 바닷물을 가열하는 3원계 산화물 기반 증발기를 개발했다고 12일 전했다. 이 장치로 바닷물을 증발시킨 뒤 이를 응축하면 전력 없이도 마실 수 있는 담수를 얻을 수 있다.
연구진, (좌측부터) 장지현 교수, 라나 이르판 박사(제1저자), 김성도 박사, 이진영 연구원. UNIST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증발기를 바닷물에 띄워 놓으면 1㎡ 크기에서 1시간 만에 약 4.1L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연적인 해수 증발 속도의 7배 가까이 되며,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산화물 소재 기반 장치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증발 속도다.
이러한 고성능의 비결은 새로운 광열변환 소재에 있다. 광열변환 소재는 태양 빛을 흡수해 열로 바꾸는 소재로, 증발기 표면에 얇게 코팅된다.
연구팀은 내식성이 뛰어난 망간 산화물의 망간 일부를 구리와 크롬으로 치환해 3원계 산화물 광열 변환 소재를 만들었다. 물질의 조성을 조절해 물질이 흡수할 수 있는 태양광 파장 대역을 설계하는 '밴드갭 엔지니어링' 기술이다. 일반적인 산화물 소재는 가시광선 파장 영역까지만 흡수하는 데 그치지만, 개발된 소재는 자외선부터 가시광선, 근적외선 영역까지 빛의 97.2%를 흡수한다.
또 흡수된 태양광이 열로도 잘 변환된다. 망간 자리를 크롬이나 구리가 차지하게 되면 흡수된 태양 빛 에너지가 다시 빛 형태로 방출되기보다 열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재 표면 온도가 80℃까지 올라간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63℃에 그쳤던 기존 망간 산화물이나, 74℃를 기록한 구리망간 산화물보다 월등히 높은 성능이다.
장치 구조 설계 또한 염 축적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최적화했다. 역U자형 구조로, 광열변환 소재가 코팅된 증발면 부분은 물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를, 나머지 부분은 폴리에스터 소재가 적용됐다. 폴리에스터의 섬유 구조는 빨대처럼 물을 빠르게 끌어 올리는 역할을, 폴리에스터 자체의 소수성 성질은 소금이 증발면에 달라붙지 않게 흘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해준다.
장지현 교수는 "기존 산화물 광열변환 소재들이 빛을 흡수하는 대역이 좁아 효율이 낮았던 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광열변환 특성 또한 향상시켜, 고성능 증발기를 만들 수 있었다"며 "소재의 내구성이 뛰어나고 대면적화도 쉬워, 실제 식수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원계 스피넬 산화물 기반 태양광 해수 담수화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구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16일 온라인 공개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연구 수행은 '미세플라스틱 대응 화공·바이오 융합 공정 연구센터'의 ERC 과제와 중견연구과제, Brainpool사업, 이노코어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