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잘 팔린다고?'…달라진 라면시장, 무슨일이[주머니톡]

(42)5년 새 27% 오른 라면 물가
프리미엄 열풍과 맞물려 가격 상승

프리미엄 라면 '삼양 1963'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개

편집자주삼겹살 1인분에 2만원, 자장면 한 그릇에 7500원인 시대다. 2024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8(2020년=100)로, 2025년 역시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주머니톡(Week+Money+Talk) 연재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물가와 함께 우리 주머니 사정과 맞닿은 소비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라면. 픽사베이

개당 2000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프리미엄 라면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라면 물가가 5년 새 27% 상승했다. 저렴한 서민 음식의 상징인 라면이 최근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과 맛을 앞세운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5년 새 27% 오른 라면 물가

1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27.5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7% 상승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27.55% 높아졌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을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3월에는 0%대를 유지하다가 4월 들어 5%대로 급등했다. 이후 6%대 오름세를 이어갔고, 10월에는 7.3%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프리미엄 라면과 관련이 있다. 저렴하고 조리가 간편한 게 라면이지만 최근 국물과 원재료, 제조공정 등을 강화한 프리미엄 라인이 잇따라 등장하며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이 '2000원대 라면'을 고물가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한 이후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일시적으로 주춤하기도 했어도 가격보다 원재료와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제품이 여전히 각광받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라면 '삼양 1963'을 출시했다. 기존 삼양라면보다 약 1.5배 비싼 1900원에 판매하고 있으나,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삼양라면(오리지널) 월평균 판매량의 8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라면은 우지(소기름) 파동이 일어나기 전인 1989년까지 사용됐던 우지를 다시 활용해 면의 고소한 맛과 국물의 깊이를 살린 게 특징이다.

흔해진 2000원 안팎 '프리미엄 라면'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강진형 기자aymsdream@

식품업계는 앞서 프리미엄 라면을 출시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 농심은 2011년 진한 쇠고기 육수를 앞세운 '신라면 블랙'을 1600원에 출시하며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가능성을 시험한 바 있다. 당시 가격 논란으로 국내 판매를 잠정 중단했지만, 2012년 재출시 이후 한 달 만에 600만 개를 판매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농심은 지난 2일에도 닭고기를 우려낸 육수를 활용한 '신라면 골드'를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 중이다. 신라면 골드의 권장소비자가격은 편의점 기준 1500원이다.

프리미엄 라면의 가격대가 점차 높아지면서 2000원을 넘는 봉지라면도 등장했다. 현재 편의점 기준 가장 비싼 프리미엄 라면은 하림의 더미식 장인라면으로, 가격은 2200원이다. 이 밖에 신라면 블랙은 1900원, 팔도 상남자라면은 1700원 가격표를 달고 있다.

"국내서 높은 수익성 기록 어렵다"

픽사베이

식품업계는 프리미엄 라면을 잇달아 출시하는 이유로 국내 라면 시장의 성장 여력 한계를 꼽는다.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데다 배달·간편식 확산 등으로 소비 환경이 달라지면서, 기존 저가 제품 중심의 경쟁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분기 보고서에서 "국내 라면시장은 인구 구조 및 생활패턴의 변화로 인해 양적으로 저성장 추세에 있으며 제품의 편리성 강화 및 고급화를 통해 질적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 구조의 한계로 식품업계의 프리미엄 라면 공세 뿐 아니라 해외 공략도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리서치 기업 그로쓰리서치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라면 산업보고서'는 "라면은 서민 식품으로 대표되는 품목으로 여타 제품과 달리 정부에서 엄격한 가격관리가 이뤄져 자유로운 인상이 어렵다"며 "현재 라면은 개당 1000원 수준의 낮은 단가를 형성하고 있어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개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외 라면의 평균 판매 가격은 국내 대비 약 1.5~2배 높은 수준으로 1봉지를 팔더라도 해외에서 팔면 수익성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기획취재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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