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리스크 발목'…유통사 CEO 10명 중 8명 '내년 내수 회복 어렵다'

유통·식품 등 주요 기업 30곳의 경영진 대상 설문조사
경기·소비 인식 보수적, 매출·이익은 '방어 가능' 판단

유통·소비재 기업 최고경영진(CEO) 10명 중 8명은 내년 내수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한국 경제를 압박한 '강달러'가 내년 수입 상품 및 원자재 가격에 반영되면서 각 가정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내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외형 성장보다는 비용 관리와 수익성 방어에 경영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아시아경제가 유통·식품·화장품·패션 등 주요 기업 30곳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경기 전망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0%는 내년 경기가 '다소 악화하거나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대다수가 내년 경기를 본격적인 반등 국면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는 '다소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33.3%(10곳),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46.7%(14곳)로 집계됐다. 반면 내년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본 응답은 20.0%(6곳)에 그쳤다.

소비심리 전망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다소 위축될 것'이라는 응답이 40.0%(12곳)로 가장 많았고,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33.3%(10곳)로 나타났다.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은 26.7%(8곳)에 머물렀다. 소비 회복이 빠르게 나타나기보다는 완만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업종 전망 역시 전반적으로 신중했다. 응답 기업의 53.3%(16곳)는 내년 업황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보다 다소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30.0%(9곳),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6.7%(5곳)로 집계됐다. 업황 전반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 수준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해 연말 조사보다 경기 전망이 개선된 것이다. 지난해 이들 CEO 경기 전망에서는 "다소 악화될 것(14명)"과 "매우 악화될 것(6명)" 등 총 20명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내수 시장은 지난해 연말 탄핵 여파로 연초부터 찬바람이 불었지만, 지난 6월 대통령선거 이후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로 반등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고 식품과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원가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439.0원으로 마감하며 고점대비 약화했지만, 환율 변동성은 여전하다. 유통·소비재 기업 수장들이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점치는 이유다. 한 백화점 CEO는 "고환율과 고금리,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고, 식품사 CEO도 "환율 불확실성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핵심 경영 리스크"라고 전했다.

유통경제부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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