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환율 공방…'자본시장법 위반' VS '적법'

영풍·MBK "환율 변동으로 할인율 10% 넘겨 위법"
고려아연 "적법한 절차…사실 왜곡 수준 주장"

미국 정부 측이 참여하는 고려아연 유상증자가 환율 공방으로 번졌다. 지분 약 10%를 새로 부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할 때 신주 가격을 정하는 원·달러 환율 적용 시점에 따라 주당 가격이 바뀌면서 양측의 주장이 맞선 것이다.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 주장했고, 고려아연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미국 합작법인(크루서블 JV)을 대상으로 2조8508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 26일 대금이 납입됐다고 공시했다.

이때 공시한 금액은 19억399만872달러 상당의 원화 금액이다. 이사회 결의 당시 의사록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원·달러 환율로 납입 당일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 1460.60원을 적용했다. 이에 따른 원화 환산 신주 발행총액은 2조8335억원이다. 유상증자 결의 당시 발행예정총액 2조8508억원보다 173억원이 적다.

영풍·MBK 측은 이 부분을 지적했다. 원화 환산 발행총액을 총 주식수로 나누면 신주 1주당 가격은 128만231원으로 기준주가 142만9787원 대비 10.31% 낮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신주 발행가액의 할인율이 10% 이내여야 한다"며 "10% 넘게 할인한 신주 발행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의 발행가액 규제를 위반한 이번 신주 발행은 원천 무효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 측에서 이사회 결의, 정정 공시 등 가능한 방법을 통해 빨리 이 문제를 적법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풍·MBK 측 주장대로 금융 당국의 정정 공시 요구가 나온다면 유상증자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내년 정기주주총회 주주명부 폐쇄일(이달 31일)을 넘겨 이번 유상증자로 배정된 주식이 의결권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정부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기 힘들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입장문을 내고 악의적인 사실 왜곡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사회 결의 당시 고려아연은 주당 발행가액을 877.94달러로 정하고, 직전 영업일인 12일자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 기준율 1469.50원을 적용해 원화 발행가액을 129만133원으로 계산했다. 고려아연 주식 시가를 고려한 기준 주가 대비 9.77% 할인한 수준이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할인율은 이사회 결의 이후의 환율 변동에 따라 사후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원이 적법한 발행으로 승인한 신주 발행을 사후적으로 마치 논란이 있는 것처럼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인 시장 교란 행위인 만큼 엄중한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증권자본시장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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