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미국의 한 70대 남성이 고혈압 치료를 위해 약을 먹었다가 가슴이 여성처럼 커지는 일이 벌어졌다.
25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76세 남성이 심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후 유방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겪었다.
고혈압 약 부작용으로 유방이 커진 미국의 76세 남성. 뉴잉글랜드의학저널
이 증상은 '여성형 유방증(Gynecomastia)'으로, 특정 약물 복용이나 사춘기 등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일 때 주로 생긴다. 이 남성은 지난 8개월간 유방 조직이 붓고 아픈 증상을 경험했다. 진단 결과 원인은 수년간 복용해온 스피로노락톤(Spironolactone)이었다. 이 약은 미국에서 연간 1200만건 이상 처방될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고혈압·심부전 치료제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한편 여성호르몬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로놀락톤은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 치료와 탈모 등 남성의 호르몬 관련 질환 치료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지만 부작용도 존재한다. 탈수, 어지럼증, 두통, 피로감 등은 비교적 흔한 부작용이고, 발기부전, 메스꺼움 등도 일으킨다. 그러나 가슴 커짐이나 유두 통증, 성욕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도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용량과 기간에 따라 해당 약물을 복용한 남성의 약 10~30%가 유방 성장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실제로 모든 남성의 절반 이상은 일생 중 한 번쯤 유방 조직이 커지는 경험을 한다. 일부는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약물 부작용으로 발생한 경우 가슴 크기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약물 용량을 조절하거나 복용을 중단하고 다른 약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수개월 내에 호전되고, 특히 증상 발생 초기인 경우 완전히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일부 환자는 유방 조직 제거 수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미국 성형외과학회(ASPS)에 따르면 여성형 유방 축소 수술은 현재 미국 남성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성형 수술이다. 학회는 2024년 남성 가슴 축소 수술이 2만6430건 시행됐으며, 이는 2019년 2만955건보다 많이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