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인터넷은행 건전성 부담 가중

금융위, 2030년까지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비율 30%→35%
카카오뱅크, 인뱅 3사 중 유일하게 부실채권 증가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도 늘어

금융위원회가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는 포용금융 추진 과제를 업무보고 주요 현안으로 발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가계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른바 '깡통 대출'로 불리는 무수익여신이 늘고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어서다. 인터넷은행들은 외화상품 확대와 플랫폼 사업 강화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당분간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신규 취급 목표를 현행 30%에서 2030년까지 35%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연간 1%포인트씩 목표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중·저신용자를 지원하겠다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따라 포용금융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가계대출 규제로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인터넷은행 간 건전성 지표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가운데 유일하게 무수익여신과 고정이하여신이 모두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원금과 이자 모두 회수가 어려운 대출로, 통상 '깡통 대출'로 불린다.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원리금 상환이 중단돼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권에서는 고정이하여신보다 한 단계 더 악성인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무수익여신(가계·기업 합산)은 2471억원으로, 비율은 0.5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1874억원(0.44%)보다 증가한 수치다. 건전성 지표도 함께 악화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기준 연체율은 0.51%로, 전년 동기(0.48%)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도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3개월 이상 대출금 상환이 연체돼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여신의 비율을 의미한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고정이하여신(가계·기업 합산)은 2502억원으로, 비율은 0.55%였다. 이는 전년 동기 1892억원, 0.44%보다 각각 610억원, 0.1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가 가장 커, 고정이하여신과 무수익여신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분석된다.

토스뱅크는 무수익여신과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줄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올해 3분기 토스뱅크의 무수익여신(가계·기업 합산)은 810억원(0.52%)으로 지난해 3분기 1154억원(0.79%)보다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가계·기업 합산)도 같은 기간 1545억원에서 1303억원으로 242억원 줄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1.05%에서 0.84%로 0.21%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99%에서 올해 3분기 1.07%로 상승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전반적인 건전성 지표가 소폭 개선됐다. 케이뱅크의 올해 3분기 기준 무수익여신(가계·기업 합산)은 1167억원(0.65%)으로, 전년 동기 2072억원(1.28%)보다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가계·기업 합산) 역시 같은 기간 1355억원(0.84%)에서 964억원(0.54%)으로 줄었다. 연체율도 0.88%에서 0.56%로 개선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대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경기 둔화 국면에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이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연체율 관리 등 건전성 확보가 금융권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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