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신사업 성과?…식품사 오너 3세 '시험대'

오리온 담서원·농심 신상열·삼양식품 전병우 승진
주력 대신 신사업 맡아,차세대 먹거리 발굴·평가

국내 주요 식품기업 오너 3세들이 시험대에 섰다. 최근 수년간 초고속 승진해 차세대 100년 먹거리를 책임지는 신사업을 진두지휘한 만큼 누가 먼저 실적으로 증명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농심, 삼양식품 등은 최근 오너 3세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화경 부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전무(36)와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전무(32)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상무(31)는 전무로 올라섰다.

오리온은 글로벌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한국 법인에 전략경영본부를 신설하고 담서원 부사장을 본부장에 앉혔다. 전략경영본부는 신규 사업과 해외 사업, 경영 지원, 사회공헌(CSR) 조직을 아우르며 그룹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경영 진단을 총괄한다. 기존 제과 사업을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신사업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다. 담 부사장은 바이오 신사업 계열사의 사내이사로도 참여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담서원 부사장은 2021년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사업 전략과 글로벌 사업 지원을 담당해 왔다. 입사 1년 5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년 만에 전무로 올라섰고,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신상열 농심 부사장은 미래사업실장을 맡아 대체식품과 식품 기술, 신성장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농심의 핵심 수익원인 라면 사업과는 거리를 둔 영역이다. 대체식품과 푸드테크는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분야로, 단기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신상열 부사장은 2019년 사원으로 입사해 2022년 상무로 발탁됐고,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 생산 인프라 확장을 총괄해 왔다. 중국 공장 설립을 직접 챙기며 글로벌 생산 거점을 구축했고, 미국·동남아·유럽 등으로 확산한 불닭의 인기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브랜드 성공 이후 단계인 운영과 생산 효율이 성과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전병우 전무는 2019년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뒤 이듬해 이사로 승진했고, 2023년 상무를 거쳐 이번에 전무에 올랐다.

이들 기업의 인사를 종합하면 공통점이 있다. 오너 3세들이 배치된 자리는 단기간 실적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보직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신사업과 대체식품, 글로벌 생산 확대는 실패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과 검증에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다. 결국 차세대 먹거리를 스스로 발굴해 키워야 하는 위치에 올랐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사 배경에는 식품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가 있다. 국내 식품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기존 주력 제품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장기 성장 동력 확보 없이는 기업 체질 전환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오너가 인사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과거 오너 경영의 핵심이 히트상품과 브랜드 관리였다면, 이제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신사업 발굴과 해외 사업 확장은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의 장기 경쟁력이 갈린다. 오너 3세들에게 가장 불확실한 영역을 맡긴 것은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오너 3세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승진인 동시에 책임을 분명히 하는 인사로 보인다"면서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경영 능력을 입증할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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