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남태령 1년 기자들이 본 농산물 유통'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선 본지 '날씨는 죄가 없다' 기획 연재물 취재 후기와 함께 딸기, 사과, 감귤 농장에 다녀온 기자들의 후일담이 오갔다. 또 농민회와 소비자단체, 도매법인협회와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는데, 하나의 해법으로 수렴되지 않았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는 경매제는 장단점이 분명했고, 사과나 딸기, 감귤 등 품목별로 유통구조에 차이가 있는 만큼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간담회가 끝난 후 정부가 추진 중인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되짚어 봤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전체 농산물 거래의 절반이 되도록 확대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한 '온라인 도매시장' 사이트에 접속했다. 하지만 '2025년 직배송 운송비 지원사업이 예산소진으로 종료됐다'는 팝업창이 떴다. 기간 내에 신청해도 예산을 전부 써서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는 안내였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농민이 소비자와 직거래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농산물 도매시장 등 4단계를 거쳐야 하는 기존 유통 단계와 달리 1~2단계만 거쳐도 판매할 수 있어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소규모 농가 입장을 들어보면 '그림의 떡'이다. 택배비부터 운송비, 물류비 등을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는 부담이 큰 탓이다. 농협 산지유통센터(APC)를 통해 농민들이 공동출하회를 조직하고 인건비, 포장비 등 부담을 해소할 수도 있지만, APC가 조직화되지 않은 지역은 이 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개별 농가들은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직거래를 늘리기보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 가락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내놓는다.
1976년 도입된 농산물 경매제도는 전국 각지로 배송되면서 물류비가 이중으로 들어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공급 물량은 물론, 수요에 따라 가격 급등락이 심해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토론회가 열린 지난 19일 농산물 경매제도를 손질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같은날 온라인 도매시장 플랫폼을 만들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온라인 도매시장법(농수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여야간 정쟁 법안에 밀리면서 아직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 개혁은 단순하지 않다. '개혁'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한꺼번에 바꾸기는 저항이 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농산물 유통 구조는 농가의 선택지가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다. 농가가 다양한 거래 창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두 법안을 하루빨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