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이 오가듯이 미국 역시 선물을 주고받는데, 그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평균 약 100만원을 썼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선물을 받는 사람이 기뻐하고 오래 사용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선물이 무용지물이 돼 쓰레기처럼 버려지기도 한다.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약 61%의 미국인이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전체 인구로 보면 수천만 명이 쓸모없는 선물을 받는 셈이다. 이렇듯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자원 낭비일 수도 있다. 극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쓸모없는 선물 주고받기'가 있다. 이름에 있는 '쓸모없다'는 말부터 이미 물건의 가격보다 쓸모가 훨씬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경제학적 자원의 낭비를 지적한 책이 바로 월드포겔의 '스크루지노믹스'다. 이 책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비롯한 선물 문화는 사회 전체의 후생을 줄인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취향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받는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효용이 선물의 가격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내가 1만원어치의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을 때, 받는 사람은 1만원보다 적은 효용을 느낀다는 말이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사중 손실(deadweight loss)을 만들어내고, 결국 선물은 비효율적 소비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 월드포겔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받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 차라리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주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현금이나 상품권이다. 현금은 받는 사람이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가치의 손실이 거의 없다. 상품권 역시 사용처만 제한될 뿐, 선물을 준 사람이 임의로 고른 물건보다 훨씬 높은 효용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절 때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현금 또는 상품권이다. 미국 설문조사도 마찬가지로 50~60%는 연말 선물로 현금과 상품권을 받고 싶다고 응답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외관과 주변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유통가 최대 대목인 12월을 앞두고 주요 유통업체들이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효율적인 상품권도 현실에서는 완벽한 대안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행되는 상품권 중 약 20~30%가 만료 기간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사용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상품권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사용처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쓸모가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상품권 금액이 애매한 경우에는 추가로 본인의 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품권을 아예 쓰지 않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상품권은 현금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고, 사용되지 않는 잔액이라는 또 다른 비효율을 만들어낸다.
현금이라고 해서 꼭 최선의 방안인 것도 아니다. 비록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선물을 일종의 시장 거래처럼 보지만, 실제로는 선물이 사회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최근 등장한 실험경제학자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갖는 비금전적인 가치에 주목한다. 예컨대 유대감이나 정과 같은 가치다. 현금은 분명 편리하지만, 동시에 '너와 나는 시장 거래를 하는 비정한 관계'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현금은 효율성은 높을지라도 선물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는 오히려 적을 수 있다. 실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작은 선물은 오히려 현금을 주는 경우보다 더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거시적인 입장에서도 선물을 교환하는 문화는 생각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선물 교환이 이뤄지면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단기간에 소비가 집중되면서 고용 창출 및 재고 정리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게다가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선물을 교환함으로써 모두가 같은 시기에 자연스레 연락을 주고받기 때문에,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선물 교환은 일종의 사회적 조정(social coordination) 메커니즘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크리스마스 선물의 경제적 의미는 복합적이다. 전통적인 효용만 생각한다면 주는 사람의 정성보다 받는 사람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선물이 가장 효율적인 선물일 것이다. 하지만 비금전적 선물이 가져오는 사회관계적 가치와 거시적인 효과까지 고려하면 선물이 꼭 비효율적인 것만은 아니다. 선물은 경제학적인 거래이면서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일종의 사회적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서보영 美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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