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K헤리티지 외교' 시험대

갯벌·수도성곽 등 등재 절차 본격화
국제선언 추진·공동조사 확대

제20차 세계유산위원회 특별세션 참석한 허민 국가유산청장 연합뉴스

한국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다. 200여 개국에서 약 30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26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이번 위원회를 K헤리티지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동아시아 역사·문화 이슈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내년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선 '한국의 갯벌 2단계'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양의 수도성곽'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장 실사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음식디미방'은 6월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한지문화'는 12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심사받고, 태권도는 남북 공동 등재를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위원회를 계기로 세계유산 분야의 평화와 협력 의지를 담은 국제선언문 채택을 추진한다. 2002년 '부다페스트 선언', 2015년 '본 선언'에 준하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 동시대 사회문제와 세계유산을 둘러싼 주요 이슈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범정부 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경찰청 등이 참여하며, 세계유산 지자체 네트워크와 전문가 자문단도 함께한다.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연합뉴스

부대행사로는 K헤리티지를 중심으로 한 종합 K컬처 홍보를 진행한다. 문체부,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협력해 한국 문화 전반을 소개할 예정이다. 주변국 갈등 유산에 대한 대응 체계도 강화한다. 일본, 중국 등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동향을 분석하고, 외교부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사도광산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응한다. 철도 등 근대산업유산을 중심으로 한 월경유산 논의를 통해 갈등 완화 노력도 병행한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해석에 관한 국제원칙 수립도 추진한다. 내년에 워킹그룹을 구성해 원칙을 마련하고, 2027년에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지침서를 발간한다. 이를 통해 협약국의 세계유산 해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 개정을 함께 추진한다.

국제개발협력(ODA) 사업도 이어간다. 이집트 람세스 2세 라메세움 신전 탑문 복원과 가나 성채 보존, 페루 마추픽추 보존·복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보수·정비, 라오스·파키스탄의 문화유산 관련 조직·시설 조성 등 총 109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의 유산 보존·복원 기술을 국제 협력 사업을 통해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튀르키예 퀼테페 유적 발굴조사(2025~2029), 중국 둔황석굴 공동연구(2026~2028) 등 국가유산 공동 조사도 확대한다. 수중유산 공동 발굴조사도 병행한다. 베트남의 '쩌으투언 난파선'과 일본의 '다카시마 3호선(1281년 여·몽 연합군의 일본 원정 관련)'이 대상이다.

일본서 환수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 연합뉴스

국외 유산 환수 역시 강화한다. 현재 해외에 있는 한국 유산은 약 24만 점으로, 일본에 44%(약 10만 점), 미국에 27%(약 6만 점), 유럽에 20%(약 4만 점)가 분포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다량 소재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에 집중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환수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청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1886년 조불 수교 당시 양국이 주고받은 수교 예물과 외교문서를 선보이는 전시를 6월에 마련한다. 석굴암과 신라 유산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10월에 개최한다.

남북관계 변화에 대비한 문화유산 협력방안도 검토한다. 관계 개선 시 고려 궁성(개성 만월대) 제9차 남북 공동조사 재개 등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통일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민간과의 협력방안을 함께 모색 중이다.

문화스포츠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