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 가방은 사줄 수 있게 됐어요'…양육비 선지급에 숨통 튼 한부모

성평등부, 선지급제 현장소통 간담회
지난 7월 시작…9월 신청 요건 완화
한부모들 "금액 적어도 도움 된다"

"큰애가 이번에 중학교에 들어가요. 양육비 선지급금 덕에 갖고 싶다는 가방을 사줄 수 있어 마음이 편해졌어요."

자녀 셋을 홀로 키우는 40대 여성 A씨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양육비 선지급 현장소통 간담회를 앞두고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성평등가족부의 '양육비 선지급제'로 한 아이당 매달 20만원씩 지원받고 있다. 그는 "(전 배우자가) 이혼 후 매달 210만원씩 주겠다고 통보했지만, 제대로 받았던 건 2번 정도뿐이었다"며 "뉴스에서 선지급제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면서 신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한부모가족 등에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추후 비양육자에게 회수하는 제도다. 7월 첫 시행 후 9월에 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신청 요건을 완화했다. 직전 3개월간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않은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었는데, 개선 후에는 양육비 월 평균액이 선지급 금액 미만인 경우 신청 가능하도록 했다. A씨도 제도 개선을 통해 선지급금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양육비 채무자인 전 배우자가 달에 30만원, 10만원 등 소액의 양육비를 보내오면서 개선 전 선지급 신청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20만원이라는 지원금이 적다는 시선도 있지만, A씨는 그조차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육비를 받지 못한 채 생활했던 시절 "한 살배기 막내를 밤 9~10시까지 맡기고 식당 알바든 설거지든 닥치는 대로 했다"며 눈가를 붉혔다. 이어 "선지급금이 원래 받아야 할 양육비보다 적더라도 도움이 된다"며 "아빠도 아이들을 나몰라라 하는데 정부에서 지급해준다는 것은 감지덕지"라고 했다.

50대 남성 B씨도 네 자녀에 대한 양육비 선지급금을 받고 있다. B씨는 2016년 이혼한 후 총 2억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그는 "큰아이가 태권도 학원에서 승급을 해야 했는데, 11만원이 없어서 (심사에) 못 보냈던 적이 있다"며 "한부모 지원금에 선지급금까지 받게 되면서 매달 170만원, 굉장히 큰돈이 들어오게 됐다. 국가에서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고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를 직접 신청하고 이용하는 입장에서 절차상 보완점이 제시되기도 했다. A씨는 "접속 자체가 어렵고, 시스템이 과부하인 것 같다. 처리 과정에서 어느 단계인지 알 수 없고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양육비·소송에 대한 관리도 민원제도를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신청 전에도 (내가) 대상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B씨는 "한부모의 자식 양육에 대한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정신과적 상담도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5963가구가 양육비 선지급을 신청했고, 그중 3868가구에 선지급이 결정됐다. 지급된 선지급금은 약 54억5000만원이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채무자에 대한 선지급금 회수 절차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양육비 채무자에게 선지급금 납부 통지·독촉 후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성평등부 장관 승인을 받아 국세 강제징수의 예에 따라 징수할 예정이다.

사회부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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