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동화 vs 내연기관 6대 4 전략…무뇨스 '멀티 파워트레인 승부'

美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뉴스 인터뷰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캐즘 극복
2030년 전동화 vs 내연기관 비중 6대 4
2027년 차세대 배터리 및 EREV 출시
"배터리 개발로 EV 보급 획기적 변화"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가 2030년까지 전동화 차량 판매 비중을 60%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둔화되고 일부 시장에서 내연기관 회귀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현대차는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EV),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을 병행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16일(현지시간) 무뇨스 사장은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대차의 파워트레인 투자 방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양자택일의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2030년까지 EV, HEV, ER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전기차(FCEV) 등 전동화 차량을 330만대 팔면서, 전체 판매의 60%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HEV 판매량이 전년대비 85% 증가했다는 점은 고객들이 다양한 선택권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의 유연성은 경쟁 우위 요소"라고 강조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제공

최근 미국은 물론 전동화 전환에 가장 먼저 앞장섰던 유럽까지 전기차 전환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임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전기차 확대 정책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고, 유럽연합(EU) 역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방침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로 완성차 업계 전반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현대차는 다양한 전동화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앞세워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HEV를 통해 전동화 전환의 시간을 벌면서, 동시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가격을 낮추고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지속한다는 구상이다.

무뇨스 사장은 "2027년 내놓을 차세대 배터리는 비용을 30% 절감, 에너지 밀도는 15% 높이며 충전 시간은 15% 단축해 전기차 보급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REV에 탑재할 고성능 배터리에 대한 출시 시기와 제원도 공개했다. 그는 "EREV 플랫폼은 600마일(약 966㎞)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며,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를 사용해 배터리 절반의 용량으로도 동일한 성능을 낸다"고 강조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GM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플랫폼과 차급, 지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제품 동맹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8년 초 출시를 목표로 5개 차종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최대 80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업 차종에는 북미 시장을 위한 전기 상용 밴을 비롯해 중남미 시장을 위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형 승용, 소형 픽업트럭, 중형 픽업트럭이 포함된다. 모든 차량은 내연기관과 HEV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게 설계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이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실적 안정성과 중장기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전동화 전환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시장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현대차 제공

무뇨스 사장은 CEO 취임 이후 현대차의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한국의 주요 대기업을 이끄는 최초의 외국인으로서,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현대차를 성장시켜 온 고유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대차 특유의 빠른 실행력과 전략적 준비의 균형을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속도는 현대차의 DNA에 깊이 자리 잡고 있지만, 여기에 사전 준비와 계획이 결합될 때 최고의 의사결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빠른 판단과 치밀한 계획이 함께 작동할 때 성과가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대차의 합의 문화에 대해서는 모든 구성원의 만장일치 동의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이 내려지면 조직 전체가 전폭적으로 실행에 나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의선 회장이 회의실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가르쳐줬다"며 "때로는 가장 조용한 의견이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을 수 있고, 그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문화가 현대차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IT부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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