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2040년, 한국 우주인 화성에 갈까?

정부, 유인 화성 탐사 참여 목표로 무인 탐사 로드맵 제시

정부가 지금 당장 유인 탐사에 나서기보다는 화성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비행체로 이어지는 단계적 무인 탐사를 통해 2040년 유인 화성 탐사 '참여 역량' 확보를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을 공식화했다.

우주항공청이 16일 공개한 '대한민국 화성탐사 전략'과 '우주과학탐사 로드맵'에 따르면, 화성 탐사는 단일 임무가 아닌 수십 년에 걸친 연속 프로그램으로 설계됐다. 발사체, 궤도 진입, 착륙·EDL, 심우주 통신, 생명유지 등 고난도 기술을 무인 탐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 공동 임무에서 역할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를 탑재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아틀라스V 로켓이 2020년 7월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발사장의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이번 전략에서 '유인 화성 탐사 자체'가 아니라 '유인 탐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술·시스템 확보'를 명확한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강경인 우주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이날 언론과의 브라운백 미팅에서 "화성 탐사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 장기 과제"라며 "무인 탐사를 통해 기술 성숙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국제 공동 임무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달에서 화성으로…단계적 무인 탐사 전략

화성 탐사의 기본 구조는 △화성 궤도선 △화성 착륙선 △로버 및 비행체 탐사로 이어지는 단계적 무인 임무다. 이를 통해 화성의 대기·지질·방사선 환경을 정밀 분석하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 탐색과 함께 장기 유인 탐사를 대비한 핵심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특히 화성 탐사는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달 탐사에서 검증한 기술을 확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달 탐사를 통해 확보한 정밀 착륙 제어, 로버 이동·자율주행, 심우주 통신 기술을 화성 탐사에 적용하고, AI 기반 자율 운용, 현지자원활용(ISRU), 생명유지 기술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

강 부문장은 "화성 탐사는 달 탐사의 연장선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달에서 검증한 착륙, 이동, 자율운용, 통신 기술을 화성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탐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화성탐사선 톈원(天問)-1호를 운반할 창정(長征)-5 Y4 로켓이 2020년 7월 17일 하이난성의 원창 우주발사장 발사대에 설치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이미 시작된 '화성 레이스'…미·중은 유인 목표 전면에

이 같은 전략적 선택의 배경에는 이미 본격화된 국제 화성 탐사 경쟁이 있다.

미국은 달 탐사 이후 화성으로 이어지는 '달 탐사에서 화성 탐사로 이어지는 단계적 탐사 전략(Moon to Mars)'을 공식화하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 유인 심우주 탐사 체계를 구축 중이다. 화성 유인 탐사는 2030년대 중반 이후를 염두에 둔 중장기 국가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2021년 궤도선·착륙선·로버를 한 번의 임무로 운용한 데 이어, 톈원-3호(Tianwen-3)를 2028년 전후 발사해 2030년대 초반 화성 샘플 귀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유인 화성 탐사로 이어지는 단계적 로드맵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인도는 2014년 화성 궤도 진입 성공 이후 화성 궤도 탐사 2차 임무(Mars Orbiter Mission-2, 2026년), 화성 착륙선 임무(2028년)를 준비 중이며, 유럽우주국(ESA)은 중단됐던 로잘린드 프랭클린 로버를 2028년 발사 목표로 재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화성 위성(포보스) 탐사선을, UAE는 장기적으로 화성 거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국가 전략을 각각 추진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우주선에 장착된 고해상도 카메라가 찍은 해상 표면 사진. 폭 0.45~4.5m의 물줄기들이 형성된 것으로 봐서 화성에 소금기 있는 물이 흘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나사(NASA) 제공

'유인 화성'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

우주청은 이런 국제 경쟁 환경 속에서 한국의 목표를 '유인 화성 착륙'이 아닌 '유인 탐사 참여 역량 확보'로 명확히 설정했다. 독자적인 유인 탐사보다는, 무인 탐사를 통해 기술과 시스템을 축적하고 국제 공동 임무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방향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강 부문장은 "한국이 당장 유인 화성 탐사를 추진하기보다는, 무인 탐사를 통해 기술과 시스템을 축적해 국제 협력에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이번 화성 탐사 전략과 로드맵은 그런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청은 향후 5년 단위 실행 계획을 통해 화성 궤도선과 핵심 탐사기기 개발 등 구체적인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달을 거쳐 화성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심우주 탐사가 '2040년 유인 탐사 참여'라는 목표 아래 차츰 본 궤도로 진입해 가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IT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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