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바' 美아이로봇 파산…中업체들 로청 시장 제패

中저가 제품 공세에 경영난

미국 로봇청소기 제조사 아이로봇의 '룸바780' 모델. 아이로봇은 14일(현지시간) 파산 신청을 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로봇청소기 '룸바'로 유명한 미국 아이로봇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14일(현지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아이로봇은 자사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중국 업체 피시아 로보틱스에 매각될 예정이다.

아이로봇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피시아가 법원 감독 절차 아래 아이로봇을 인수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지원 계약(RSA)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RSA에 따르면 피시아는 아이로봇 지분 100%를 인수한다"며 "이는 (아이로봇의) 부채를 낮추고, 아이로봇이 통상적인 영업을 지속하고 글로벌 사업 기반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아이로봇 보통주는 전량 소각된다.

게리 코언 아이로봇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는 우리의 재무 상태를 강화하고, 소비자·고객·파트너에게 연속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아이로봇은 2002년 출시한 룸바로 성공을 거뒀다. 가정용 로봇 누적 판매량이 4000만대를 넘어섰고 2024년 매출은 약 6억82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에코백스 등 저가 중국 경쟁업체들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었고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2022년 아마존닷컴이 아이로봇을 1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인수안을 불허하면서 인수합병(M&A)도 무산됐다. 이후 아이로봇은 적격 인수 후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파산 신청 문건에 따르면, 아이로봇은 미국·일본 등 핵심 시장에서 여전히 강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경쟁 심화로 가격을 낮추고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회사는 미국 로봇청소기 시장의 42%, 일본 시장의 65%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탑5도 모두 중국 업체들이 차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에서 로보락(16.0%), 아이로봇(13.7%), 에코백스(13.5%), 샤오미(9.7%), 드리미(8.0%) 등이 상위 5위권에 포진했다. 아이로봇을 뺀 4개사 모두 중국 업체다.

국제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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