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공항 면세점의 새 사업자 선정에 나선 가운데 기존 후보군이 입찰 여부를 저울질하면서 본격적인 수싸움을 예고했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기존 사업자들이 물러난 만큼 신규 진입을 위한 입찰액을 써내기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 화장품·향수 면세구역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등을 취급하는 인천공항 DF1·DF2 권역의 면세점 운영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참가 자격이 있는 법인의 소속 직원(5인 이내)을 대상으로 오는 18일 사업설명회와 현장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 과정에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자를 추리는 첫 관문이다.
기존 면세점 사업자 모두 이번 입찰 참여를 염두에 두고 사업설명회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롯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이 제시하는 운영 방향성과 면세시장 상황을 고려한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입찰 참가를 위해 공고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업권을 반납한 신라와 신세계면세점도 입찰 공고 내용을 살펴본 뒤 설명회 참석 여부를 정할 방침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11일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내면서 제시한 예가(최저수용가능 객당 임대료)는 DF1 권역 5031원, DF2 권역 4994원이다. 이는 2023년 공개입찰 때보다 각각 5.9%와 11.1% 낮춘 금액이다. 임대료 체계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객당 임대료' 방식을 유지한다. 공사 측은 "최근 소비 및 관광 트렌드의 변화로 인한 면세업계의 상황을 반영해 지난 입찰 대비 (예가를) 낮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화장품·향수 면세구역
화장품과 향수, 주류, 담배 등을 취급하는 이곳 면세 구역은 고객 수요가 많아 인천공항 내 면세 사업 권역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비싸다. 2년여 전 공개 입찰 때도 최저수용금액이 DF1 5346원, DF2 5617원으로 패션과 부티크를 다루는 다른 권역에 비해 2배에서 최대 5배 이상 높았다. 당시 신라와 신세계는 DF1과 DF2에 각각 8987원과 9020원을 써내 사업권을 따냈다. 최저수용금액보다 68%와 61% 높은 액수였고, 탈락한 후보자들과 2000~3000원 안팎으로 차이가 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입찰에서는 최저수용금액과 최대한 근접한 가격으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후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와 신세계의 기존 입찰액을 토대로 그간 손실을 따져봤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적정선이 어느 정도인지 윤곽이 드러난 상황"이라며 "입찰 희망자들이 단가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커 최저수용금액 근처에서 10원 혹은 100원 단위 격차로 사업자가 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입찰에 다시 뛰어든다면 사업권 반납에 따른 페널티가 변수다. 인천공항공사는 입찰공고를 낸 날로부터 직전 1년간 입점업체 사업수행 신뢰도를 점수로 매겨 정성평가(5점)로 반영한다. 앞서 롯데면세점도 2023년 입찰 당시 일부 권역에서 경쟁사보다 높은 금액을 써냈으나 정성평가에서 점수를 잃어 사업권을 따지 못했다. 2018년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을 포기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 사업자 선정 경쟁에서 탈락한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다시 도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이번 입찰은 내년 1월20일까지 입찰 참가 등록, 제안서 제출·평가, 관세청 특허심사 등 일정으로 진행된다. 인천공항공사가 사업권별 적격 사업자를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하면 관세청은 특허심사를 통해 낙찰 대상 사업자를 선정한다. 계약기간은 영업개시일로부터 2033년 6월 30일까지 약 7년이다. 관련법에 따라 사업자는 최대 10년 이내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