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개 지적한 책갈피 달러 밀반출…야권 '쌍방울 대북송금 수법'

한동훈 "자기 사건이라 잘 아는 것"
나경원 "프로이트의 말실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책갈피 달러 밀반출' 발언을 두고 동시에 비판에 나섰다.

두 사람은 대통령이 외화 불법 반출 수법으로 특정 방식을 콕 집어 언급한 배경에 과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이재명 대통령이 책 속에 숨겨서 외화 밀반출 못하게 항공기 탑승자들의 책을 뒤지라고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일반 국민들 눈에는 신기하고 낯설겠지만, 그것은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비용(판결에서 분명히 방북비용이라 했죠)을 쌍방울이 북한에 대신 준 대북송금 사건에서 외화 밀반출했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책갈피 달러 밀반출' 발언을 두고 동시에 비판에 나섰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한 전 대표는 해당 발언을 두고 "이 대통령은 자기 사건이니 잘 아는 것"이라며 사실상 '자기 고백'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자기 편 낙하산 보내려고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항공사 사장을 내쫓기 위해 공개 면박을 주는 과정에서, '내가 해봐서 잘 알아' 본능이 발동한 것 같은데, 그거 해본 게 자랑이냐?"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전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외화 불법 반출 단속 실태를 묻는 과정에서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질문했다. 이후 업무 파악이 부족하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같은 사안을 두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어제 이재명 대통령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업무보고, 참 보기 민망했다"며 "공기업 사장을 세워 놓고 몰아세우는 그 태도, '대통령 놀이'에 심취한 골목대장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특히 대통령이 언급한 밀반출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그런데 귀를 의심케 한 건 대통령의 그 기이한 '집착'이었다"며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 사이에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던데? 책을 다 뒤져보라?"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대통령은 왜 하필 그 수많은 밀반출 수법 중에 '책갈피 달러 밀반출'을 콕 집어 그토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을까"라고 반문했다.

나 의원은 "2019년 쌍방울 그룹 임직원들이 대북 송금을 위해 달러를 밀반출할 때 썼던 그 수법 아닌가"라며 "'책과 화장품 케이스에 달러를 숨겨라.' 당시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그 생생한 범죄의 수법이 대통령에게 깊이 각인됐던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를 두고 "단순한 질책이 아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일종의 '프로이트의 말실수'"라며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연관된 기억이 무의식 중에 튀어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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