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금리 인하 효과·오라클 실적 실망에 혼조…다우·S&P 사상 최고치

오라클發 AI 고평가 우려에 기술주 약세
금리 인하 수혜주로 순환매 본격화
통화정책 경로 안갯속…내년 변동성 확대 전망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1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효과와 예상보다 부진한 오라클의 실적 발표가 맞물리며 시장에서는 기술주에서 통화완화 수혜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조정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46.26포인트(1.34%) 상승한 4만8704.01에 장을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4.32포인트(0.21%) 오른 6901.0으로 거래를 마쳐 역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0.3포인트(0.26%) 내린 2만3593.855에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로는 비자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투자의견 상향으로 6.11% 급등했다. 월트디즈니는 오픈AI에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투자 및 콘텐츠 협력 소식에 2.42% 상승했다. 금리 인하의 수혜가 기대되는 경기 민감주인 홈디포는 1.8%, 캐터필러는 1.67% 올랐다. 순환매의 영향은 중소형주에서도 확인됐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전일 대비 30.997포인트(1.21%) 오른 2590.60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리 인하 수혜 테마의 확산 흐름에 힘을 보탰다.

반면 오라클은 10.83% 급락했다. 전날 2026회계연도 2분기(9~11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 10.5% 증가했으나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돈 데다, 자본지출 전망을 상향하면서 인공지능(AI) 투자 수익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여파로 다른 기술주 역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엔비디아는 1.53% 내렸고 브로드컴과 AMD는 각각 1.53%, 1.6% 하락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시장이 오라클, 나아가 AI 관련 투자 전반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수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의 전개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오라클은 탄광 속 카나리아(위험신호를 먼저 알리는 존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판뮤어 리베룸의 전략가인 수잔나 크루즈 전략가는 "시장은 AI 관련 지출에 대해 한층 경계하는 태도를 보고 있다"며 "이는 자본 지출 증가 신호에 큰 기대감을 보였던 2025년 중반과는 크게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오라클은 주로 투자의 상당 부분을 부채로 조달해 온 만큼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전날 Fed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연방기금금리를 연 3.5~3.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9월과 10월에 이은 3연속 인하다.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는 2026년과 2027년 각각 1회씩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이로 인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인하'란 평가가 나왔지만 이번 FOMC 곳곳에서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신호도 감지됐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물가 상승보다 고용 둔화 위험에 더 무게를 두며 예상보다 온건한 메시지를 내놨다. Fed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단기 국채 매입을 재개하기로 한 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올해 연말 3.0%에서 2026년 말 2.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점도 시장 우려를 덜었다.

이에 월가는 내년 1회 인하를 전망한 Fed보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 시장은 내년 말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내려갈 가능성을 70.2% 반영 중이다.

다만 Fed 내부의 분열과 차기 의장 지명 등 변수가 남아 있어 내년 금리 경로는 여전히 '안갯속'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내년 증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스라이트 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Fed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계속 인하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단기적인 낙관론이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오래 걸리거나 아예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이 같은 장밋빛 환상은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채 금리는 하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bp(1bp=0.01%포인트) 내린 4.15%,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3bp 하락한 3.53%를 기록 중이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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