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스웨덴의 한 유튜버가 식자재로 쓰일 뻔한 문어를 구조해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한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웨덴 유튜버 마티아스 크란츠가 피아노를 치는 문어 모습을 공개했다. 마티아스 크란츠 유튜브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악기 개조 콘텐츠로 유명한 스웨덴 유튜버 마티아스 크란츠가 문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6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온라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란츠는 지난 3월 포르투갈의 한 어장에서 문어를 구입했다. 그는 문어에게 '타코야키'라는 이름을 붙이고, 약 6개월 안에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OST '언더 더 씨(Under the Sea)'나 영화 '죠스'의 테마곡을 연주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악기 제작·개조 영상을 주로 만드는 그는 오랫동안 동물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실험을 꿈꿔왔다고 밝혔다.
그는 팔마다 신경이 분산돼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문어의 특성상 연주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실제 훈련은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크란츠는 수백 시간의 인내가 필요했다고 말하며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멋진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크란츠는 약 380ℓ 규모의 수조를 마련해 바위·모래·장난감 등을 넣고 여과 장치를 설치해 문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연주 교육에 앞서 교감을 쌓는 과정이 필요했다. 첫날 먹이를 거부하던 문어는 둘째 날부터 조금씩 먹기 시작했고, 이후 게·새우가 든 병뚜껑 열기 과제도 3일 만에 해내며 훈련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였다.
이후 그는 직접 설계한 피아노 키를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해 수조에 넣었다. 문어가 키를 건드리면 보상을 줬고, 음이 나도록 지렛대를 추가했다. 문어는 지렛대를 당기기도 했지만, 건반을 부러뜨려 숨기는 등 엉뚱한 행동도 반복했다.
첫 성공 후 그는 15건반짜리 전용 피아노를 만들었으나, 문어는 건반 위에 올라앉기만 했다. 기호표시, 게 사진, 수중 스피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시도했지만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문어가 '움직임'에 반응한다는 점을 발견한 그는 낚싯줄로 특정 건반을 흔들었고, 문어는 일주일 만에 두 음을 이어 누르기 시작했다. 2주 뒤에는 두 음을 동시에 내는 단계까지 도달했지만, 몇 달 후부터는 훈련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문어는 카메라에 달라붙거나 물을 뿜고, 수조에서 탈출해 찬장에 숨기도 했다.
스웨덴 유튜버 마티아스 크란츠와 문어가 합주를 하는 장면. 마티아스 크란츠 유튜브
크란츠는 정체기를 깨기 위해 '먹이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건반을 누를 때마다 아크릴 튜브 속 게가 조금씩 내려오는 방식이었다. 문어는 처음엔 튜브 안으로 직접 들어가 끌어내리려 했지만, 건반을 누르면 먹이가 내려온다는 사실을 이해하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몇 주간 건반 7~8개를 눌러야 먹이를 받는 단계로 난도를 높였다.
지난 8월 문어는 크란츠와 함께 합동 연주도 했다. 크란츠가 기타 연주를 하면 문어가 건반을 동시에 흔들어 화음을 내는 식이다. 다만 문어는 정확한 음·박자를 지속적으로 맞추지는 못했다. 노래 '아기상어' 멜로디를 치기도 했지만 박자는 종종 엇나갔다고 크란츠는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는 문어가 건반을 인지해 연주한 것이 아닌 먹이를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생물학자 제니 호프마이스터는 문어는 주변 색에 따라 체색을 바꾸고, 돌로 집을 만들거나 물건을 던지고, 위협받으면 먹물을 분사하는 등 독특한 지능을 보이지만 리듬·템포를 인지하는 능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문어에게 완벽한 피아노 연주를 가르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보통 문어의 수명은 1~2년이다. 약 14개월로 추정되는 크란츠의 문어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들어있지만, 여전히 격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고 한다. 크란츠는 훈련 과정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됐다며 "문어가 건반을 누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현실감이 사라질 정도로 놀랍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