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제롬 파월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위원들의 이견을 잘 조율했다고 치켜세웠다. 동시에 '금리 인하'라는 기존 방향성을 재확인하며 파월 의장 역시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을 잘 조율해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회 내 의견이 다양했는데 파월 의장이 이들을 잘 모아 선물시장이 이미 보여주고 있는 방향, 즉 '정답'으로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Fed는 오는 9∼10일 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3.75∼4.00%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에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8일 기준 89.4%로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FOMC 위원들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의견으로 양분됐다. 노동시장 둔화 우려 속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지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복수의 반대표가 나올 거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해싯 위원장은 또 "파월 의장도 저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본다"며 "금리는 아마도 추가로 조금 더 낮추는 게 맞다. 다만 데이터를 보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해싯 위원장은 앞서 Fed에 이달 25bp 금리 인하를 촉구한 바 있다.
올해와 내년 Fed가 기준금리를 얼마나 인하할지를 묻는 말에는 "정부 셧다운 때문에 빠진 데이터가 많다. 곧 연달아 고용 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라며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지켜보는 일"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어 "의장의 임무는 데이터를 지켜보고 필요한 조정을 하며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설명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6개월간 이렇게 하겠다고 미리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해싯 위원장은 '고물가'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와 관련해선 내년부터 가계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일 CBS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3% 수준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내년이 되면 팁과 초과근로에 대한 면세 정책 덕분에 이를 적용받은 사람들은 1600∼2000달러 정도의 추가 소득을 얻게 될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보며 '이 사람(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나를 더 잘 살게 해주는구나'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또 AI 분야에서 일어나는 투자가 1990년대 컴퓨터 산업 호황이 만들어낸 '긍정적 공급 충격'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모든 사람에게 해를 끼치므로 이런 기회를 활용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인플레이션 수치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인공지능(AI) 산업 규제를 일원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예고한 데 대해 "대통령은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도 "AI 기업들이 게임의 규칙을 명확히 이해하도록 돕는 조치"라면서 "몇몇 주는 AI 기업을 숨도 못 쉬게 규제하려고 하고 그들이 작은 실수를 하면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려 한다.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파산으로 가는 주 정부들이 AI 기업에서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차기 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해싯 위원장은 케빈 워시 전 Fed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미셸 보먼 Fed 이사 등 다른 후보군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누구를 선택하든 좋은 선택이 보장된 상황"이라며 "만약 그 선택이 내가 된다면 기쁘게 대통령의 일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