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다리도 단절…'아파트 전세 품귀에 빌라 월세로'[부동산AtoZ]

1~11월 서울 비아파트 월세 비중 71.8%
전년 동기 대비 5.3%포인트 ↑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에 수요 이동
전세 사기 우려 등으로 월세화 진행 중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기존 세입자 재계약이 많아서 아파트 전세는 이젠 매물이 없어요. 빌라라도 들어가겠다는 사람들 문의가 있긴 해요. 그런데 전세는 불안하다며 대부분 월세 계약을 하려고 하죠."(강남구 대치동 A공인)

최근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전세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빌라, 연립 등 비아파트를 알아보던 세입자들이 전세가 아닌 월세로 계약한 여파다. 몇 년 전 닥친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해 '전세 보증금을 날리는 것보다는 월세를 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집을 사는 것이나, 전세로 살아가는 것이 모두 막힌 서민들의 주거비만 올라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71.8%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66.3%와 비교할 때 5.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비아파트 중에서는 단독·다가구 주택의 월세 비중이 81.3%로 가장 높았다. 오피스텔(74.3%), 연립·다세대(59.2%) 주택 순으로 집계됐다.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3월 68.8%를 기록하다 주택담보대출 시 실입주 의무 부여 등 정부의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규제가 시작된 6·27 대책 이후인 7월 73.1%까지 올랐다. 8월에는 74.6%까지 상승해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10월까지 70% 이상 기록하고 있다.

올해 서울 강남 3구(3월24일)에 이어 서울 전역(10월20일)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집을 사면 실거주 의무가 생겼다. 실거주해야 하니 전세 물량은 점점 사라지게 됐다. 전세 낀 집을 팔아서 다른 집을 사기도 힘들어졌으니, 전세 계약 갱신도 늘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토허구역 확대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정책 영향으로 인해 비아파트 수요는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빌라 전세가 불안한 것도 월세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2년 발생한 전세 사기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달 주거비를 더 쓰더라도 보증금을 최소화하겠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지역의 확정일자 부여 건수 중 월세 비중은 63.8%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강서구와 인천 등지에서 1100여가구의 주택을 사들여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빌라왕 사태'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2022년 12월 57.2%와 비교하면 6.6%포인트 상승했다.

앞으로 비아파트로의 월세 갈아타기가 정착하면 월세는 뛸 가능성이 있다. 집값 급등에 강력한 규제가 나오면서, 집을 살 수도 없는 서민들의 주거비만 올라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 전세가 없다 보니 비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구조인데, 빌라는 (전세 사기 이후) 월세 외엔 계약하면 안 되는 상품이라는 생각이 있어, 비아파트의 월세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연립·다세대 등도 공급 절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며 "비아파트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월세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부동산부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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