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장서 수천만원 빠졌다…'신안 염전 노예' 광주 요양병원서 보조금 갈취 의혹

광주 북구 일곡동 요양병원서 갈취 정황
생계급여·건보환급금 등 수차례 빠져나가
의사 능력 부족해 법적·고발 대응 어려워

광주 북구 일곡동 요양병원. 민찬기 기자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가 신안 염전 노동착취 피해자를 비롯한 의사 무능력자들을 사실상 '감금 관리'하며 수년간 임금·생계급여·보험 환급금까지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관계 기관의 전면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제보자 등에 따르면 광주 북구 일곡동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건물주 박 모 씨는 입원 환자들의 통장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기초생활 생계급여·근로 소득·건강보험 환급금 등을 장기간 인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엔 신안 염전에서 수십 년간 노동착취와 폭행에 시달렸던 '염전 피해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아시아경제가 확보한 피해자 A씨의 예금거래 내역을 보면 2014년부터 염전주 홍 모 씨 이름으로 A씨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다 2019년께부터는 생계급여가 입금되기 시작했다.

A씨는 염전에서 30~40년 일하다 지난 2018년 "일이 더 없다"는 이유로 염전주인 홍 씨 부부에 의해 박 씨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으로 보내진 뒤 현재까지 실질적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 입원한 후 수년간 A씨의 통장에선 수천만 원이 빠져나갔다. 현재 잔액은 100만 원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거래 내역에 박 씨 이름으로 수백만 원씩 출금된 기록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A씨 계좌로 보험 해약금 440여만 원이 입금되자마자 박 씨 계좌로 400만 원이 빠져나갔다. 박 씨가 운영하는 교회 명의로도 출금이 이뤄졌고, 백화점·마트·주유소 등지에서도 사용 흔적이 남았다.

2019년 4월 신안 염전 노동 착취 피해자 A씨의 계좌에 생명 보험 해약금이 440만원이 들어오자 B씨 계좌로 400만원이 출금됐다. 민찬기 기자

그러나 정작 A씨 본인은 "해당 통장 자체를 본 적도 없다"며 계좌 개설 과정부터 입출금 내역까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근로 임금도, 생계급여도 받은 적 없고, 박 씨는 가끔 봉투에 4~5만 원씩 준 것이 다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수십 년간 염전에서 착취당하다 2015년 박 씨가 운영하는 시설로 보내졌고, 이후 박 씨에 의해 요양병원과 교회를 전전했다.

B씨 명의 통장에는 생계급여와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이 꾸준히 입금됐지만, 식당·카페·마트 등에서 사용된 내역 대부분은 본인과 무관하단 입장이다.

추가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단 주장도 내놨다.

B씨는 "요양병원에 염전에서 온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대부분 사망했고 4명 정도 남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A·B씨 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더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상당수가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어 고발이나 법적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 자치구 등 관할 기관에서의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의혹에 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박 씨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박씨는 전주와 광주 북구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해 온 인물로 알려졌으며, 일곡동 병원은 2022년 말부터 사위와 함께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씨는 광산구 우산동에서 교회를 운영해온 목사 출신으로, 2022년 광산구는 해당 교회에 의사무능력자 다수가 거주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폐쇄 조처를 내린 바 있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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