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교기자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20년이 넘은 '구축'과 5~10년 차 '준신축'이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이하 신축은 유일하게 상승 폭이 꺾이며 상승률 1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렸다. 분양가에 대한 부담이 커진 반면 재건축 기대감은 높아지면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김현민 기자 kimhyun81@
13일 한국부동산원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주간)'의 올해 42주간 누계 변동률(1월1주차~이달 1주차)을 계산한 결과, 서울 아파트의 연식별 상승률 1위는 5년 초과~10년 이하(8.31%)로 집계됐다. 이어 20년 초과가 7.40%의 상승률로 2위를 차지했다. 10년 초과~15년 이하(6.58%)와 5년 이하(6.44%), 15년 초과~20년 이하(5.71%)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부동산원은 아파트를 연식 기준 다섯 개 그룹으로 나눠 통계를 낸다. 서울은 동남·서남·동북·서북·도심 등 다섯 권역별로 집계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주도권 교체가 뚜렷하다. 5년 이하 신축은 지난해 같은 기간 7.28% 상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상승률이 0.84%포인트 감소하며 조사 대상 연식 5개 중 4위로 밀렸다. 올해 상승 폭이 줄어든 연식은 5년 이하가 유일하다. 반면 20년 초과 구축은 지난해 3.67% 상승에서 올해 7.40%로 상승 폭이 3.73%포인트 확대됐다. 5년 초과~10년 이하 역시 지난해 5.64%에서 올해 8.31%로 2.67%포인트 늘었다. 10년 초과~15년 이하와 15년 초과~20년 이하의 상승률도 1~2%포인트가량 증가했다.
5년 초과~10년 이하의 '준신축'이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은 '고분양가'로 인한 부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547만원이었다. 3.3㎡당 분양가는 2023년 9월 3200만원, 지난해 9월 4424만원 등 지속 상승하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2% 오른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신축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가격 저항을 느낀 수요자들이 신축 매수를 포기하는 대신, 주거 여건이 이미 잘 갖춰진 5~10년 차 준신축을 합리적인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준신축이 서울 전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준신축과 함께 시장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은 연식 20년 이상인 구축 아파트다. 특히 재건축 이슈가 밀집한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는 20년 초과 아파트가 서울 모든 지역과 모든 연식을 통틀어 상승률 1위(15.30%)를 기록했다. 20년 초과 아파트의 서울 평균 상승률(7.40%)은 물론, 같은 동남권의 5년 이하(8.81%)와 5년 초과~10년 이하(10.21%) 등을 모두 앞질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6.73%)과 비교해도 8.57%포인트 높은 수치다.
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에서도 20년 초과 아파트가 지역 내 다른 모든 연식을 제치고 가장 높은 상승률(6.78%)을 기록했다.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과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에서는 5년 초과~10년 이하가 각각 9.71%, 8.7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도심권(종로·중·용산)은 10년 초과~15년 이하가 8.37%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압구정, 목동, 여의도 등 대형 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등 사업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며 "안전진단 완화 등 잇단 정부의 규제 완화 시그널도 노후 단지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이끄는 상황이기에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손질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