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요함 통했다…러 '요충지' 포크로우스크 점령 임박

우크라 보급망 끊고 시내 침투 성공
러 푸틴 손에 쥔 카드는 2개
추가 공격 또는 협상 지렛대 활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총공세를 벌여온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접경 요충지 포크로우스크가 곧 완전히 함락될 것으로 보인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개월간 집요하게 노려온 '상징적인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포크로우스크 점령을 '추가 공격' 매개로 활용하거나 서방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1년 넘게 병력·자원 투입

포크로우스크가 무너지면 러시아는 도네츠크·루한스크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 전체 장악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러시아군은 1년 넘게 점령을 시도해왔으며 최근 시내 침투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진격 저지 작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포위설을 부인했지만, CNN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증언을 인용해 함락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한 대대장은 "거의 포위된 상태이며 도심 포격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고, 또 다른 병사는 "러시아군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드론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3인 1조 전술로 움직이며 일부가 전사하더라도 남은 병력이 거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돌진하고 있다. 하루에 이런 조가 100개 이상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롭 리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유라시아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독일 도이치벨레(DW)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포크로우스크를 "회색 지대"로 명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파괴공작 부대가 북서부와 북쪽 방향으로 도심 깊숙이 진입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실제로 시내 전체를 얼마나 통제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지난주 러시아군이 도시에 배치한 병력이 크게 늘었다"고 짚었다.

마리나 미론 킹스칼리지 런던 군사윤리센터 및 국방연구부 명예연구원도 DW에 "포크로우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가 핵심 보급로를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공중·지상 드론으로 보급을 받는 중인데, 군 보급과 부상자 후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전략적 가치보다는 상징적 의미"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포크로우스크 지역에서 촬영된 드론 영상 중 한 장면.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폐허가 된 포크로우스크 전투를 전략적 가치보다 상징적 의미가 큰 전투로 보고 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의 조지 바로스 연구원은 "러시아군은 주요 목표를 달성했기에 추가 점령의 실익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도네츠크 전역의 군수 보급 허브 역할을 해온 포크로우스크는 올여름 러시아의 포위 작전과 드론 공격으로 도로·철도망이 파괴됐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다른 보급망으로 대체해야 했다.

CNN은 포크로우스크가 2023년 5월 바흐무트 점령 이후 러시아군이 차지하는 최대 도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 전 6만명이었던 인구는 대부분 떠났고 올여름 1500명으로 줄었다. 현재는 약 1200명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은 포크로우스크 함락 뒤에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산업 도시 등 다른 지역으로 전선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CNN은 전망했다. 러시아가 돈바스 전역뿐 아니라 헤르손·자포리자 등 남부 지역 완전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푸틴 대통령이 이를 '러시아의 승리'로 포장해 우크라이나 및 서방과의 협상 구실로 삼는 방안이라고 DW 방송은 마커스 레이스너 오스트리아군 대령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2500㎞의 전략 무기인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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