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한민국 문체부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인 종묘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최휘영 장관은 7일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를 찾아 종묘 앞 초고층 빌딩 건설 논란을 일으킨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휘영 장관은 "종묘는 조선 왕실의 위패가 모셔진 신성한 유산이며,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의 상징적 가치를 가진 곳으로, 문화강국 자부심의 원천"이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필요할 경우 새 법령 제정도 추진하겠다"며 "허민 국가유산청장께서는 법령의 제정, 개정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히 검토해서 보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세계유산 종묘를 찾아, 최근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개발계획에 따른 입장과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과 허민 유산청장은 전날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중 개정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대법원 소송에서 패소한 지 하루만에 종묘를 찾았다.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문체부는 2023년부터 서울시는 종묘 맞은편 세운상가 개발 계획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문화유산법상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해야 한다.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국가지정유산의 외곽경계로부터 100m 이내'로 정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세운 4구역은 종묘와 180m 떨어져 있다.
다만 애초 서울시 조례에는 문화재 반경 100m 이내의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밖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는데 서울시가 해당 조항을 2023년 9월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삭제하면서부터 문체부와 갈등이 시작됐다. 문체부는 국가유산청장과의 협의 없이 서울시가 조례 조항을 삭제한 것은 법령 우위 원칙에 위반된다며 2023년 10월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날 대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7일 서울 종로구 세계유산 종묘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함께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개발계획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고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대법원 판결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의 높이 계획을 변경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이에 따르면 종로변 건설 가능한 건물 높이 규제가 기존 55m에서 98.7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완화된다.
최휘영 장관은 이에 대해 "196~1970년대식 마구잡이 난개발 행정"이라며 "문화강국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이런 계획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민 유산청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의 관련 질의에 깊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허 청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위험에 처한 유산'에 올라 등재가 취소될 여지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더불어 한국의 첫 세계유산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세계유산 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