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사고·디지털 전환 여파에 설 자리 잃어가는 카드모집인

카드모집인 3500명 아래까지 축소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영업환경 더욱 악화
카드사도 비용감축 이유로 영업점포 갈수록 줄여

백화점 등에 점포를 차리고 카드 가입을 권유하던 카드모집인이 3500명 아래까지 감소했다. 디지털 전환과 해킹 등 각종 금융권 사고로 이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1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카드모집인은 3482명으로 집계됐다. 카드모집인은 2022년 7678명, 2023년 5818명, 2024년 4033명 등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카드모집인은 카드사가 고용한 계약직 노동자다. 이들이 고객을 유치하면 카드사는 카드 발급 건수나 사용 실적에 따라 10만~2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프리미엄급이나 연회비가 높은 카드일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가져간다. 실적에 따라 월이나 분기별로 추가 인센티브도 지급받는다. 기존 고객이 카드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유지율 보너스도 있다.

영업 성과에 따라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지만 보험 등 타 업종과 비교해 한계가 있다. 카드모집인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규정에 따라 '1사 전속주의'를 적용받는다. 예컨대 삼성카드와 위촉 계약을 체결한 카드모집인은 삼성카드의 신용·체크카드만 판매할 수 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가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팔면서 수익을 얻는 것과 비교하면 영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과거 금융당국에서 규제 완화를 검토했지만 흐지부지됐다. 한 카드모집인은 "모집인 대부분 보험·대출·적금 등 다른 금융상품까지 판매하며 돈을 번다"며 "금융감독원 단속 강화로 예전처럼 고객에게 지원금도 많이 주지 못해 영업이 갈수록 힘들다"고 전했다.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 해킹사태도 카드모집인의 소득에 일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카드와 직접 계약을 맺고 활동중인 카드모집인들은 최근 신규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향후 롯데카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징계를 받을 경우 이들은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롯데카드 외 다른 카드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인 다수의 카드모집인들도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돼 고객이 현장 카드발급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카드모집인은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기조 속 앞으로 더 찾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카드사들도 각종 이벤트와 편의성을 내세워 주요 카드발급 채널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온 지 오래다. 이에 카드사가 운영하던 영업점포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8개 카드사 영업점포는 158곳으로 전년 동기(188곳) 대비 16% 줄었다.

경제금융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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