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리 박사, AI 산업 내재된 구조적 문제 비판
"소수 기술 기업으로의 권력 집중 경계해야"
타임지가 선정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공지능(AI) 분야 100인에 포함된 아르헨티나 출신 밀라그로스 미셀리 박사가 AI 산업의 사회·환경적 부작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무엇이 진실인지 결정하는 힘"까지 소수 글로벌 기업에 부여하는 정치적 장치이며, 거대 플랫폼에 경제·지식 권력이 집중될 수 있는 구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 암비토에 따르면 미셀리 박사는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공개 강연에서 AI 기술 확산 이면에 업계가 홍보하는 기술적 진보와는 달리, 창의성·노동·자원 등 세 가지 차원의 착취 구조가 내재해 있다고 했다.
사회학자이자 컴퓨터공학 박사인 그는 기술 발전에만 집중된 AI 논의 속에 뒤로 밀려난 인간 윤리 문제를 중심에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미셀리 박사가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한 AI 산업의 구조적 문제 중 첫째는 인간 창의성에 대한 '지적 착취'다. 그는 AI 모델의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창작물의 무단·비동의적 사용을 지적하며 "AI는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물을 대량 추출·혼합해 품질이 낮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뿐이다. 생성형 도구들은 공익 목적이 아니라, 소수 기업의 상업적 이익 극대화를 위한 모델"이라고 했다.
둘째는 '노동력 착취'로, AI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대규모 데이터 노동(Data Work)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지 분류, 폭력 콘텐츠 관리, 텍스트 라벨링, 데이터 클리닝 등의 업무를 하는 대규모의 인간 노동이 의도적으로 감춰지고 있으며, 이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인력이 취약한 노동 조건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미셀리 박사는 "이는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비용·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제도적 설계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셋째는 '자원 착취'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 엄청난 양의 물과 전기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환경 영향이나 지역 부담은 고려하지 않는 데다 고용 창출력이 낮다는 것이다. 미셀리 박사는 "데이터센터는 특정 공간을 실제로 차지해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오염을 일으키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여러 불편을 가져온다"며 "초기 건설 붐을 제외하면 150~200개의 일자리가 전부다. 이는 대형 슈퍼마켓 하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라리 슈퍼마켓을 짓는 게 환경오염도 적고 더 가치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미셀리 박사는 AI 산업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의 초점을 기술 자체가 아니라, 소수 글로벌 기업이 데이터·인프라·노동력을 장악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정치·지식 권력 집중에 주목했다. 그는 "기술은 언제나 정치적"이라며 "이때의 정치는 정당 정치 같은 것이 아니다. 권력을 둘러싼 힘의 문제, 즉 누가 생산 수단을 소유하는지, 누가 데이터를 가지는지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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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리 박사는 "기업들이 사실상 무엇이 진실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독점적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경·사회 비용을 보지 않고 단순히 기술을 숭배하는 것은 오히려 공동체와 지구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며 AI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보다는 비판적 성찰과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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