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신작 '더 라이프 오브 어 쇼걸(The Life of a Showgirl)' 발표 직후 음반과 극장 기록을 동시에 다시 썼다. 수익 구조 다변화·팬덤 마케팅이 결합된 그의 전략이 산업 지형까지 뒤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미국에서 발매된 '쇼걸'은 디지털·실물을 포함해 하루 만에 판매량 270만장을 찍었다. 이는 기존 앨범 '더 토처드 포이츠 디파트먼트'의 첫 주 판매 기록(261만장)을 단 하루에 뛰어넘는 성과다. 이 수치는 루미네이트 기준으로 역대 주간 앨범 판매량 2위 수준에 해당하며, LP 매출만으로도 120만장이 팔렸다. 스위프트는 전작에서 바이닐 85만9000장 기록을 세운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기록까지 다시 갈아치운 셈이다.
2023년 11월 9일,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뉴멘탈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라스 투어(Eras Tour)' 콘서트 중 공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앨범은 CD·바이닐 각종 변형판을 동시에 출시하는 전략을 통해 팬들의 반복 구매를 유도해 왔다. AP통신은 이 전략을 두고 앨범 제목을 응용해 '세일즈우먼의 삶'이라는 표현을 쓰며 그 수완을 조명했다.
음반 판매 열기에 그치지 않고, 스위프트는 극장 상영 이벤트로 수익 축을 확장했다. 북미 극장 체인 AMC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앨범 홍보 영상 중심의 89분짜리 상영 이벤트 '쇼걸의 공식 발매 파티'는 3∼5일간 북미에서만 34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 수익은 5000만 달러(약 703억원)를 넘겼다. 이는 앨범 발매 기념 극장 이벤트로는 드문 기록이며, 비영화 콘텐츠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사례로도 화제가 됐다.
이 상영회에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 수록곡에 대한 스위프트의 설명 등이 포함됐다. 티켓 가격은 12달러로 책정됐다. 애덤 에런 AMC CEO는 "앨범 발표에 영화적 요소를 더하려는 스위프트의 비전은 성공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스위프트는 이번 프로젝트로 음원·실물 앨범·극장 이벤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익 구조를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음악가의 앨범 발표가 아니라, 콘텐츠와 유통 방식이 융합된 복합형 전략이다.
10월 3일 금요일, 샌프란시스코 AMC 메트레온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 'The Life of a Showgirl' 공식 발매를 앞두고, 제니 보이어가 스위프트의 포스터 옆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2023년 포브스는 스위프트의 순자산을 16억달러(약 2조2513억원)로 평가하며, 그를 여성 음악가 중 최고 부자로 등극시켰다. 그 자산은 로열티·투어 수익, 음악 카탈로그 가치, 부동산 자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스위프트는 특히 2023년부터 시작된 '에라스 투어'의 성공을 등에 업고, 공연과 콘텐츠가 만드는 연계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영향력은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키워드로 요약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