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직 'H-1B' 비자 추첨도 변경…고소득자 우대

수수료 10만달러 인상 이어 추첨 개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달러로 인상한 데 이어 해당 비자의 추첨 방식도 변경한다. 소득에 비례해 몸값이 높을수록 더 많은 추첨 기회를 주는 것이다.

미국 H-1B 비자 신청서.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 같은 내용의 H1-B 비자 개편안을 공표했다.

당국은 특정 연도에 비자 신청이 쿼터를 초과할 경우 임금을 네 구간으로 나누고 가장 높은 임금 수준에는 네 차례, 가장 낮은 임금 수준에는 한 차례의 추첨 기회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무작위로 배정한다.

국토안보부는 "고용주가 H-1B 근로자에게 고임금·고숙련 직책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며, 저임금·저숙련 직책을 채우기 위해 H-1B 비자를 사용하는 것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으나 매년 발급 상한을 초과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개발자 등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들에겐 비자 문턱이 전보다 낮아지게 된다. 그간 고숙련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H1-B를 만들었으나 인력 파견 회사들이 제도를 남용해 인도·중국 등에서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인력을 싼값에 대거 채용하며 미국인이 일자리 경쟁에서 밀린다는 비판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제기됐는데,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임금 기반 비자 규정이 미국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인력 채용을 어렵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기업이 비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경력직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임금 수준을 근로자의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저임금, 저숙련 근로자가 H-1B 비자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금 수준을 네 단계로 나눠 H-1B 비자 발급 대상을 선정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철회했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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