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이경환기자
순천 풍덕도시개발조합 회의실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이 2년 만에 무죄로 결론 났다.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조직적 허위 진술로 억울하게 피고인으로 몰린 피해자가 결국 법정에서 결백을 인정받으면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3년 2월 순천 풍덕도시개발조합 회의실. 회의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던 중 일부 임원과 대의원이 대의원 이모 씨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 이 씨는 몸을 피하는 과정에서 상대와 일시적인 신체 접촉이 있었는데, 이후 경찰은 이 접촉을 '폭행의 증거'로 간주했다.
전남 순천경찰서 전경.
사건 직후 이 씨는 순천역전파출소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담당 수사관은 현장 조사와 목격자 진술 확보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몰아갔다. 항의하는 이 씨에게 수사관은 '수사 방식은 내가 정한다'라는 발언을 했고, 심지어 녹음 중임을 강조하며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그대로 넘겨받은 검찰은 이 씨를 약식 기소하며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이 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은 험난했다. 조합 측 인사들은 법정에서 '이 씨가 폭행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고, 다수 임원들이 연명으로 작성한 확인서를 제출해 이 씨는 가해자로 둔갑됐다. 국선 변호인의 미온적 대응에 실망한 이 씨는 결국 사비를 들여 변호인을 새로 선임해야 했다.
긴 법정 다툼 끝에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지난달 13일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고, 이 씨의 결백은 최종 확정됐다. 재판부는 조합 관계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며, 객관적 증거 또한 이 씨의 폭행 혐의를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 경찰 수사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순천경찰이 풍덕도시개발조합과 관련한 각종 사건에서 편향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씨는 2년간 생업을 포기한 채 명예 훼손은 물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는 "초기에 수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런 재판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부실·편향 수사는 단순한 행정착오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다"며 "독립적인 감찰 강화, 목격자 조사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