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심성아기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무역 합의를 그대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재계는 "큰 산을 넘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철강·반도체 등 추가적인 합의에 대한 언급이 없어 불확실성이 남았다는 아쉬움도 전해졌다.
신원규 한국경제인협회 초빙연구위원은 26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이슈보다 더 상위 가치로 인식하는 안보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어 회담의 물꼬가 잘 트였다"며 "향후 실무자급 세부 협상과 함께 양자 민관 채널 간 협력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요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영접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기업 관계자들도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뭘 더 얻어낸 것은 없지만 무난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관세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들이 논의가 하나도 안 됐다.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기업과 협력의 물꼬를 튼 조선, 원자력, 항공 등 업계에서는 큰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자축했다.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약속한 고려아연 측 관계자는 "현재 생산하고 있지 않은 게르마늄이라는 전략광물에 대한 경제안보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록히드마틴과 핵심 희소금속 한미 협력의 첫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중 일부 물량에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사례처럼 추가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에서는 철강에 대한 배려나 반도체 등 미국에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의 관세 면제 조치 등 기대가 있었는데 그 부분이 포함되지 않은 건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협상은 무난하게 잘 마쳤지만 정작 내용이 드러난 게 없었다"며 "철강, 삼성 지분투자설 등 구체적인 쟁점들에 대해서도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는데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관세 장벽·농축산물 개방 이슈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실무선의 협상 내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