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기자
4년 만에 최고점을 경신한 코스피와 비교해 부진을 겪고 있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30조원 규모의 펀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를 확대해 현재 800선인 코스닥 지수를 30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는 30일 벤처기업협회, 코스닥협회와 함께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활성화 펀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닥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관투자가 중심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연간 10조원씩 3년간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를 조성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정책금융기관 출자를 통해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일반 국민을 포함한 민간 자금을 매칭해 자(子)펀드 결성해 3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3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김학균 VC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VC협회
그동안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2018년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코스닥벤처펀드가 대표적이다.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7년 이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한다. 대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하는 '관제 펀드'가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며 자취를 감췄지만 코스닥벤처펀드는 꾸준히 설정액 규모를 늘리며 중소형 운용사의 대표 펀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의 장기 투자를 이끌어내지는 못해 실질적인 코스닥 지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에 제안된 30조원 규모 펀드는 구주와 공모주 투자를 확대한다. 코스닥 (예비)상장기업의 구주(장내거래, 블록딜 등)와 공모주에 50%, 중소·벤처기업 및 코스닥 상장기업의 신주에 30% 이상 투자함으로써 코스닥 시장의 장기 투자가 이어지도록 한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공모주가 상장일에 강세를 보인 뒤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하는 패턴이 반복돼 정책 자금을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공모 이후 하락하는 패턴이 뚜렷한데 기업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내가 산 주식을 받아줄 주체가 빈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면서 "장기적인 주가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위해선 기관투자가가 나서야 하고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면 혁신 생태계를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펀드에 민간참여를 이끌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한다. 민간 투자자의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책자금의 우선손실 충당 제공,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자본시장법)를 활용해 일반 국민에게 정부 재정을 통해 위험이 분담된 자펀드 투자 기회 제공 등이다. 또 15%의 소득공제(투자금 한도 5000만원)와 투자금의 5% 법인세 공제를 적용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해당 펀드가 도입되면 최근 침체된 VC 시장에도 활기가 돌 것으로 봤다. 김 회장은 "최근 회수 시장이 너무나 어려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흐름"이라면서 "회수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코스닥인데, 코스닥이 활성화되면 벤처투자를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최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꾸준한 소통을 이어가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여당 의원들도 벤처 성장을 위한 펀드 조성의 필요성에 깊게 동의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벤처기업협회는 시장 중심의 코스닥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민간 주도의 책임형 상장 구조를 도입해 주관사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고 성장 가능성 중심의 질적 심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코스닥협회는 기관의 코스닥시장 투자와 장기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국민연금도 코스닥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